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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공론문화 촉진으로 합리적 이성이 발전되도록

    기사 작성일 2015-10-12 20:49:47 최종 수정일 2015-10-12 20: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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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정치불신과 국회] 소셜미디어 시대의 정치불신과 해결방안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무릇 오늘날은 정보 풍요를 넘어 정보 과잉의 시대이다. 과거 신문과 공중파 방송이 주축을 이루던 언론은 인터넷과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등이 가세하여 백화제방의 생태계를 조형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매스미디어(mass media)라는 대동맥에 다채로운 신생 미디어가 모세혈관으로 접지되어 역동적인 정보 흐름(information fluid)의 혈관계가 구축되었다. 이런 탓에 매체 간의 경쟁이 유례없이 극심해지고 시민들은 다매체 환경 속에서 거의 하루 종일 정보 흐름에 노출되고 있다. 원활한 혈류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듯이, 정보의 유동성 증대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특정 집단의 정보 독점이나 소외를 방지하고, 공론문화를 촉진하여 합리적 이성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의 정보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할 매체는 단연 소셜미디어이다. 그것은 첫째,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일상 속에 ‘소셜하기’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소셜은 ‘친교적’이라는 뜻에 가깝다. 즉 소셜하기는 비단 근래의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생래적 본성이자 인류사의 염원이었다. 그러나 계층적 사회구조, 시공간적 단절, 식자층의 정보독점은 소셜하기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반면 이 장애물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소셜미디어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울러 ‘개방, 참여, 공유’라는 웹 2.0 패러다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소셜 문화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소셜미디어가 정보 생산과 유통에서 개인을 중심 행위자로 부상시켰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생성된 수용자(reader)라는 개념은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의 수동적인 소비자를 뜻한다. 그리고 게이트키핑(gate-keeping)은 언론이 주관적으로 정보를 선별하고 특정한 세계관을 주입하는 핵심 기능이었다. 이렇듯 매스미디어는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설정하고 정보 흐름에서 개인을 객체화시켰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개인에게 정보 소비는 물론 생산과 유통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이원적 경계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론의 게이트키핑을 대체하는 시민의 게이트워칭(gate-watching)이 활성화되면서 양자 간의 의제설정(agenda-setting) 경쟁은 긴장과 활력을 더하고 있다. 


       셋째, 소셜미디어가 인간 이성의 합리화와 민주주의의 내면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은 개방적인 상호작용과 풍부한 토론을 통하여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일찍이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이러한 소통 공간과 기제를 공론장(public sphere)이라 강조하였다. 근대 공론장의 원형인 유럽의 카페나 구한말의 만민공동회는 시민 계몽과 혁명의 단초였다. 이런 면에서 소셜미디어는 유사 이래 가장 개방적이며 자율적인 공론 활동의 공간을 창출하였다. 여기에 포스팅, 친구맺기, 리트윗 등 다양한 대인 연결과 정보 확산 플랫폼이 결합됨으로써, 소셜미디어는 시민 토론과 여론형성의 유력한 기제로 뿌리내렸다.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정보 흐름은 정치과정에서 더욱 역동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정치정보가 대량으로 생산·유통됨으로써 정치과정에 상당한 영향과 변화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과정에 투입되는 정보가 유익한 과실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미디어의 정보 흐름은 자연사적이기보다는 정보 주체의 역량, 언론생태계 구조, 사회정치적 환경과 제도에 의해 규율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셜미디어 공간은 액티비스트 위주의 공론 활동,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담론 지형,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등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액티비스트 위주의 공론 활동은 다중심적 다면적 소통을 제약한다. 평등하고 분산적인 소통은 자칫 이상론일 수 있고, 어느 조직이나 공간에도 액티비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액티비스트 중심의 소통은 친교가 아니라 위계를 번식하기 십상이다. 이는 마치 수많은 일개미가 한 마리의 여왕개미를 위한 산파역에 머무르는 격이다. 그리고 액티비스트의 의견을 일반화하거나 과대대표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일깨워주는 집단 착시는 이러한 위계에 따른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으로 소셜미디어 공간의 패권적인 이념 분절화가 고착되고 있다. 극심한 이념갈등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데다, 딱히 소셜미디어를 그 주범이라 할 수는 없다. 한편 진보 편향의 소셜미디어 공간은 보수독점의 질서가 강고한 한국의 언론생태계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변론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가 이념 극화의 연장선에 위치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유유상종하는 정치정보는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을 잉태하고 비판과 반대를 배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적인 도전이다. 선거에서 소셜미디어 공간은 시민과 정당(후보)이 투명하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선거비용을 절감하고 투표참여를 고무하는 매력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이런 공공선의 공간이 불순한 정치정보로 오염되는 것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개인 기반의 정치정보 생산과 유통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소셜미디어의 다변화와 시민의 참여의식의 신장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 양적 증대가 아닌 질적 제고에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선거 국면에서 우리나라 소셜미디어의 정치정보는 전체 정보의 10%를 넘을 정도로 풍족하게 생산되고 있다. 반면 정치정보의 흐름은 액티비스트 위계 구조와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와 관행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판적인 리터러시(literacy)와 공민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소셜미디어를 매개한 다양한 민주주의 모델을 실험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는 속성상 인스탄트 메시지의 순환 통로이다. 대개의 정치정보도 동류자들(colleagues)을 동원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정부의 정보를 공개·공용하는 오픈소스 플랫폼, 시민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투명하게 정책을 입안하는 채널, 권력과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시민 토론장으로 소셜미디어가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다. 요컨대 참여(participation)와 숙의(deliberation)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이러한 모델들의 특징이다. 

     

       셋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정치정보의 악순환을 통제해야 한다. 특히 권력집단의 부당한 개입은 엄단해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첨언하면 악순환을 통제하는데 있어 법적 규제보다 사회적 규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이는 시장과 이용자의 자율규제(self regulation)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즉 물리적 처벌에 앞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의한 자정이 필요충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성이야말로 소셜미디어를 건실한 정치정보의 생산지이자 공론장으로 바로 세우는 원동력이다.

     

    사진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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