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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유홍준의 美를 보는 눈 안목(眼目)

    기사 작성일 2017-05-17 13:50:29 최종 수정일 2017-06-28 13: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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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목(유홍준).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구멍 난 벼루와 몽당붓의 안목 

     

    유명 화가의 위작 문제가 깔끔한 끝을 보지 못하고 미술전문가의 권위를 의심하는 논란의 와중에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유홍준 교수의 『안목』이 출간됐다. '안목(眼目)'이라. 첨단장비의 렌즈가 감식가의 눈을 대신하는 21세기에 안목은 이제 알파고(AI)의 몫이 아닐까? 가슴 한편에 무언가 체증처럼 남은 채, 새삼스레 '보는 눈'이 궁금해져 책을 펼친다.

     

    저자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손꼽을 만한 대안목과 애호가, 수장가에 대한 일화를 통해 안목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풀어내고, 저자 자신의 안목을 담은 평문들을 그 뒤에 더했다. 안목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그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이용했던 바, 유한준이 김광국의 『석농화원』에 붙인 발문에 압축돼 있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중략)… 안다는 것은 화법은 물론이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오묘한 이치와 정신까지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pp.136-137)

     

    잘 눈여겨보면 이 책의 목차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모으는 자의 순서로 되어 있는데, 안목이 이러한 것이라면 그것을 얻기가 쉽지 않음이 불 보듯 뻔하다. 당장 환재 박규수의 안목을 논하면서 저자는 안목이라는 것이 단순히 예술을 보는 눈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나아가 미래를 보는 눈이라고까지 단언한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예컨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정신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면 화려한 자금성과 같은 건축에 견주어진 우리 건축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평할 수 없을 터. 이처럼 우리가 어떤 예술작품에 찬탄을 보내는 것은 그 조형에 담긴 심오한 세계관에 감탄하기 때문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깊고도 높은 안목을 어찌 얻을 수 있을까?

     

    막막한 마음을 달래듯 저자는 '금강안'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추사 김정희의 안목조차도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이며, 이것이 꾸준한 노력과 정진을 통해 얻어졌음을 보여준다. "제 글씨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저는 일흔 평생에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1000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추사의 말이다. 안목을 얻는데 지름길은 없구나!

     

    이러한 안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고 그리하여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작품들이 등장하는 순간이라 말하지만, 막상 2장 애호가 열전을 보면 그것은 우리 문화가 절멸될 위기에 놓였을 때인 듯하다. 위창 오세창의 필체로도 남아있고, 백범 김구 선생의 굳은 신념이기도 했던 '문화보국'은 오직 높은 안목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애호 수장가들에 의해 실현됐음을 이 책은 힘주어 웅변한다. 전쟁 중에 일본에 가서 추사의 『세한도』를 되찾아온 소전 손재형, 문화재의 일본 반출을 막기 위해 전재산을 바쳤던 간송 전형필이 없었더라면 문화민족이라는 우리의 자긍심은 실체 없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선대 안목들을 기린 연후에야 저자는 자신의 비평문들을 통해서 혁신적인 작품들에 대한 안목을 논한다. 그는 이제는 대가가 되었으나 한때는 너무도 혁신적이라 알아보아 줄 안목이 필요했던 과거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논할 뿐 아니라, 아직도 충분한 안목을 얻지 못한 최근 미술까지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다. 비평문 곳곳에서 드러나는 때늦은 발견의 기쁨에 대한 저자의 겸양 어린 감탄은 독자들을 격려한다. 이 시대의 안목인 저자조차도 끝없이 새롭게 보고 발견하는 노정에 서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도 한 번 도전해볼까 싶은 마음을 먹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변월룡의 발견은 독자들에게도 기쁨이 될 법하다.

     

    책을 덮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소망이 움틈을 느낀다. 책이 지식을 주면 고맙다. 책이 소망을 준다면, 이는 고마움 이상이다. 『안목』은 누군가에게는 고맙고 누군가에겐 고마움 이상인 책일 것이다. 작은 소망이라도 동하였다면 이제 책을 덮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향해 발길을 옮겨볼 때다. 벼루는 갈다보니 구멍이 났고 붓도 쓰다 보니 짜리몽땅해진 것 아닌가. 우리의 안목도 부지불식간에 그처럼 자라날 터이다.

     

    저자 : 유홍준
    출판사 : 눌와
    출판일 : 2017. 1.
    쪽수 : 319
    서평자 : 정수경
    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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