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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촛불의 시간

    기사 작성일 2017-06-09 09:11:10 최종 수정일 2017-06-28 13: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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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시간(송호근).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촛불의 시간에 시민민주주의를 고민하다

     

    2016년 10월 24일은 2014년 4월 16일만큼이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또렷이 각인된 날짜이리라. 참담함의 무게가 어찌도 그리 닮았던지. 이 책은 그 가을부터 지난 5월 9일 '장미 대선'까지 쉴 틈 없이 진행돼 온 한국 정치의 한 장을 사회학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7개월 남짓의 시간이다. 하지만 그 역동성과 부침으로 따지자면 그 어떤 시간보다도 압축적이었다. 170여 쪽의 작은 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집어 드는 동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모두가 현대 정치의 가장 역동적인 국면을 지내고 있다. 해서 온당한 이해를 위해 이 책이 엮인 시점과 여기에 담긴 글들이 최초에 집필된 시점들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저자인 송호근 교수 역시 이 숨가쁜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책임 있는 동료 '시민'의 하나라는 점이 그 가운데 뚜렷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표결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에 엮어졌다. 1부의 목소리는 이 역사적 현재를 드러낸다. 그 역사적 현재에서 2016년 10월 24일 JTBC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종 보도는 37년 전 10월 26일 박정희 정부의 막을 내린 총탄에 비유된다. 또 박근혜 정부의 국정은 박정희 정부의 국정과 함께 '군주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아버지 세대에 대한 그 흔한 '애증'과 이의 극복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일차원적 애정과 그에 의한 포획으로만 나타나는 비정상을 비판한다.

     

    2부에서는 이러한 비정상의 구체적 발현들이 급기야 국회의 탄핵표결에 대한 시민 요구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박근혜판 '군주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숨가쁜 일상과 더 숨가쁜 정치사를 겪는 모두에게 우리가 무엇을 지나온 것인지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에 실린 글 중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3년 동안 쓰인 글 몇 편을 시간순으로 실었다. '군주의 시간'을 '시민의 시간'으로 돌이키고자 애쓰는 '칼럼니스트의 안달이 보인다. 그럼에도 '광장의 겨울'을 보고야 마는 우리의 모습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아프지만 그 광장의 겨울을 지나왔다는 것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칼럼은 2015년 12월에서 끝나지만 2016년 10월 24일 보도가 있기 전까지 광장의 겨울은 더 지속하였음을 모두가 안다. 저자가 적고 있듯, 정권 초 장군들과 법률가들이 떠받친 강성 '법치주의'가 필부필녀를 겨누는 '권력의 칼날'로 그리고 '자기검열의 촉수'로 화하였음을 모두가 기억한다. 시민정치의 겨울이다. 2016년 가을 직전 여름에도 한파는 여전했다.

     

    겨울 가운데 시민들이 빼 들었던 것이 우선은 '가면'이었음을 저자는 온전히 적고 있다. 은밀한 권력과 감시에 은밀한 저항을 선택했던 것이다. 가면이라 저항이었음에도 아쉬움이 있었고, 걱정이 있었고, 이에 대한 부정이 있었다. 저자 역시 이를 온전히 시민민주주의라 부르지 못한다. 가면 속 시민이 훗날을 기약하며 이 겨울을 살아내기만을 기약하는 것도 지혜이다. 그렇게 하다 맞이한 날이 2016년 10월이다. 이제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광장의 중심에 서는, 새로운 얼굴의 시민민주주의가 왔음을 3부에서 기록하고 있다. 자기검열을 버리고 권력을 향해 촛불을 겨누는 시민들을 기록한다. 보충하자면, 10월 말 1차 촛불집회에 2만여 명이 두려움 가운데 비로소 가면을 벗었다. 이 여세를 몰아 11월 5일 2차 촛불집회에 5만 명 이상 모이고자 했고 결과는 20만 명이 모였다. 이때부터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100만 명이 모인 3차 집회부터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저자의 목소리도 어느덧 2016년 11월, 12월, 그리고 이듬해 1월의 역사적 현재로 돌아와 있다. 수많은 정치적 혼란 속에 시민민주주의의 앞날을 기획할 수밖에 없다. 시민 정치의 물질적 토대를 가면에서 그리고 광장에서 결사체와 윤리로 진일보시키자는 사회학적 제언이다. 광장정치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인 셈이다. 쪼그라들었던 광장, 겨울의 광장이 다시 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설사 겨울이 오더라도 확실한 월동장비가 될 터이다. 수년 동안 쪼그라들었던 공론장을 지난 7개월 동안 적잖이 되찾았다. 이제 이 공론장을 좀 더 넓히는 것이 '촛불의 시간'의 과제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저자 : 송호근(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출판사 : 북극성
    출판일 : 2017. 1.
    쪽수 : 175
    서평자 : 심재만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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