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물 및 보고서

    홈으로 > 국회소식 > 발행물 및 보고서

    [서평]면역에 관하여

    기사 작성일 2017-06-16 10:35:27 최종 수정일 2017-06-28 13:28:40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 모르는 것이 주는 두려움과 그릇된 판단

     

    최근 계속해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질병들로 전염병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사태를 겪을 때마다 사람들은 면역력 강화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관련 백신의 접종과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다. 바이러스는 일상생활 곳곳에 존재하고 있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몸속에서 증식하며 살아남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 이물질에 면역 세포가 적절히 작용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면역 세포는 자신이 경험한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미리 갖고 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백신 접종은 이러한 면역 정보를 신체에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 책의 저자 율라 비스는 면역학 전문가는 아니다. 그녀가 면역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 엄마들로부터 많은 의학적 질문을 받곤 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에 대한 질문과 걱정은 간혹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엄마로서 그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완전히 안전하다는 답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기 확신을 위해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자료를 찾고, 이해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백신 접종을 둘러싼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내고 그들의 생각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면역'은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인지하고 활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가 면역 능력을 갖추고 있다. 태어남과 동시에 맞닥뜨려야 하는 수많은 병균으로부터 신생아가 견뎌내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가 면역이 갖고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아기가 직접 병균들을 경험하면서 그러한 경험을 쌓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환경적인 제약을 겪게 된다. 그래서 백신 접종을 통해 병원균을 경험하여 그 정보를 면역 세포에 인지시키는 것은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 아무리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병원균에서 아기를 보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부모들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발표한 일부 과학 논문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 이후 검증 과정에서 백신과 일부 질병의 연관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는데도 자신들의 생각을 고수하기도 한다.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은 이후 연구를 통해 다시 규명되며, 실험에 주어진 환경 요인이 재해석되고, 그 과정을 통해 결론이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그 사실이 옳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학적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그로 인한 전염병 확대가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도 여전히 자신의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부모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과학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백신 접종이 개인의 면역과 건강을 넘어 사회의 면역과 건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일정 병균에 대한 백신으로 많은 사람이 그 병원균에 대한 면역을 갖게 됨으로써 인간의 세포를 숙주로 하는 병원체들은 더 이상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초기 백신 접종 사업은 '위험군'이라 분류되는 환경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됐지만 성과는 예상보다 미비했다. 그 사업이 전 국민에게로 확대되었을 때 비로소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백신 접종이 단순히 개인 건강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일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아직 일정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지 못한 아기가 병원체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것은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확보한 타인 덕분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전혀 다른 불행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저자가 면역학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은 많은 일반인이 이 책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한 사람의 엄마로서, 한 사회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이 같은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과학적 전문 용어와 학문적인 관점으로만 풀어냈다면 이 책은 과학 서적 책장 귀퉁이 한 곳에 오롯이 꽂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뢰성 있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비전문가가 써내는 과학 이야기일지라도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 : ON IMMUNOLOGY
    저자 : 율라 비스(Eula Biss)(저널리스트)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일 : 2017. 1.
    쪽수 : 312
    서평자 : 임대석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부교수(생물공학 박사)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