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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기사 작성일 2017-08-04 09:47:19 최종 수정일 2017-08-17 1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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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제러미 월드론).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표현의 자유 vs. 혐오표현"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혐오표현(hate speech)'이다.

     

    저자 제럴드 월드론이 적절히 설명한 바와 같이 혐오표현은 "취약한 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을 향해 의도적으로 욕하거나, 모욕하거나, 위협하거나, 비하하는 것으로써 소수자 집단 구성원들을 향한 혐오를 의도적으로 부추기는 말"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혐오표현은 당사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와 같은 집단,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피해자 개인이나 집단의 정신적·신체적 피해는 물론 사회적으로는 특정 집단과의 갈등을 유발해 사회통합을 저해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혐오표현을 법적 규제의 대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민권운동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 당시, 소수자들이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최대한의 언론의 자유를 요구한 역사적 이유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혐오표현의 규제는 소수자 자신의 표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자각과 경계 때문에 혐오표현의 규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러한 미국의 경향에 대해 제러미 월드론 교수는 생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공표'와 '개인과 집단에 끼치는 해악'이라는 측면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재조명할 것을 주장한다. 이는 미국에서 하나의 표현이 더 많은 표현으로 더 잘 대처될 수 있다는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명제에 커다란 의문점을 던지는 작업이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국가들은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접근이 크게 다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 정책에 따른 비극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혐오표현 규제 법률이 소수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로부터 다수파를에 향한 혐오표현에도 적용된다는 점은 영국, 독일, 프랑스 3개국에 공통적인 사항이다. 이처럼 혐오표현은 각국의 사회적 경험과 역사적 배경에 근거한 특정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른바 '아우슈비츠의 거짓말'로 대표되는 홀로코스트 부정과 관련해 독일과 프랑스는 이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혐오표현 규제에 적극적인 두 나라에서조차도 역사적 사실에 관해 언론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이러한 언론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주장을 한 극우정당의 대표를 '1986년 공공질서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입법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 국가들은 사회적 경험과 역사적 배경에 근거해 특정한 혐오표현만을 규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혐오표현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키울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나 물리적 공격이 가해질 위험성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민주적 가치와 평화적 공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러미 월드론의 혐오표현에 대한 논의는 우리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공공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요청하고 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혐오의 내용이 되는 차별이 어떠한 영역에서 어떠한 범위까지 존재하는지에 대한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혐오표현의 전제가 되는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식별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에 적합한 혐오표현의 명확한 개념 설정이 혐오표현 규제의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차별로 간주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에 근거한 정책의 수립 및 집행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원제 : Harm in Hate Speech
    저자 : 제러미 월드론(Jeremy Waldron)(뉴욕대학교 로스쿨 교수)
    역자 : 홍성수, 이소영
    출판사 : 이후
    출판일 : 2017. 4.
    쪽수 : 344
    서평자 :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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