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disability studies)'이란 장애인을 쳐다보는 사람의 뒤에서, 그 쳐다보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장애학에 대한 감(感)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장애학 입문서'이다. 장애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애쓴 결과의 묶음이다.

 

장애학은 장애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간(間)학문적 분야로서 인문학적 기초에서 장애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 책은 장애의 이해를 개인 수준에 과도한 초점이 맞춰진 단계에서부터 진일보해 '사회적 차원'에서 '맥락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동하는데 주요한 안내를 하게 될 것이다.

 

장애학은 1970년대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시작된 '장애인 권리운동'의 영향으로 이뤄진 간학문적, 실천주의적 학문이다. 장애학의 입지와 범위는 예술, 영화, 문학, 역사, 법, 철학, 사회학, 여성학, 특수교육,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장애학은 이러한 학문적 특성 때문에 그 독자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장애학을 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여성학'의 '장애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장애학은 여성학과 같이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과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소통과 협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장애라는 현상이 갖는 초극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인종, 성별, 계층, 나이, 성적 지향 등을 모두 포함) 덕택에 장애학의 학문적 의의와 정당성은 매력적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장애 관련 쟁점은 '환경'의 문제만큼이나 국내외를 넘어 세계 시민에게 공통적 이해 대상이 이미 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의 이해는 아직 '동정'과 '자선' 혹은 '피하고 싶은 대상'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 구성원도 다양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완전히 동등한 사회일원으로서 통합된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한 인식론적 기초(epistemological foundation)를 세우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회적 소통, 협력과 통합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장애와 관련한 미국의 시행착오와 교훈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평등사회, 통합사회,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에 기본적인 이론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장애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넘어 주변 장애인과 개인적인 친근감과 인간적 연대를 증진시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과 깊이를 심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의미있는 여정에 불을 밝히는 하나의 등대가 될 수 있다.

 

저자 : 로널드 버거(Ronald J. Berger)
원저 : Introducing Disability Studies
서평자 :  박승희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     
수잔 웬델, 『거부당한 몸: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 그린비, 2013
김원영,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푸른숲, 2010
노라 엘렌 그로스,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한길사, 2003
Lennard J. Davis, 『The disability studies reader』, Routledg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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