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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 승자독식 사회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기사 작성일 2018-09-05 10:52:17 최종 수정일 2018-09-05 10: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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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촛불 이후의 민주주의, 독일에서 답을 찾다

     

    특히 독일식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정치권과 학계에서 오해하고 있는 비례대표 문제를 제대로 규명한 것은 향후 제도개혁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흔히 알고 있는 피상적인 문제 제기를 뛰어넘어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가 우리의 생각보다 안정적인 정치시스템임을 밝힌 부분은 향후 개헌논의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23~24페이지)

     

    민주화 이후 우리의 정치체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축은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다. 여러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제도가 그간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정치체제에 눈을 돌리려 한다. 민주주의를 실천한 지 이미 한 세대가 경과하면서 정치적·사회적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의 위기마저 겪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에게 초 집중된 정치권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의 대통령제는 정부의 능력이나 역할,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또한 기존의 선거제도는 진보와 보수 간의 적대적 양당제를 고착화했을 뿐 사회경제적 대표성을 실현하는 데는 매우 취약하다. 필자는 평소 한국 정치체제의 대안으로 결선투표제에 기반을 둔 프랑스식 준(準)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결합된 독일식 의회중심제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어떤 식이든 현시점에서 서구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독일 정치에 관한 이 책은 그들의 정치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매우 정확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있다. 단지 독일 정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한국 정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두 국가의 정치를 동시에 말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한국 정치는 독일 정치를 본받아야 하고, 또 그렇게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독일은 하나의 이상적 모델로 제시된다. 책의 핵심은 정치학자들이 '다수제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대통령중심제를 '합의제 민주주의'를 원리로 하는 의회중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왕에 개헌을 논의한다면, 그렇게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와 동시에 의회중심제를 뒷받침하는 독일식 선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우리의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독일의 정당이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하고, 정치인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충원되며, 독일의 정치가 어떻게 개개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연결하는 사회적 공간이 되는지 등을 아주 생생하고 흥미롭게 보여 준다. 그리고 정치적 요구가 분출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연결해 내지 못하는 대한민국 정당들의 무능함을 맞대어 비교해 준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치에 대한 반감이 사회 전반에 팽배한 상태에서 우리가 건강한 민주주의를 창출하지 못하고, 또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국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와 비교하는 부분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회의 다양하고 다원적인 이익, 요구, 가치, 의사 등이 잘 드러나고 반영돼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정당이고, 그러한 정당의 기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선거제도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1인 2표'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우리의 선거방식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 내용 면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이 책은 그 중요한 차이점과 그로 인한 효과를 명징하게 보여 준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모든 시민의 투표가 동일한 값을 가지며 지역구라는 단일한 차원에서 계산되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지역적 요소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적 이익과 사회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중적 성격을 띤다. 먼저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정당투표를 통해 정당 간의 서로 다른 특성, 즉 상이한 사회경제적 이익을 대표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소선거구제처럼 지역구에서 경쟁한다. 비례대표의 정당 명부를 주(州) 단위로 작성하여 지역 대표성을 담보한다. 우리와 달리 지역구 투표보다 정당 투표가 훨씬 중요할 수밖에 없고 이런 방식으로 지역적 특성과 사회경제적 특성을 동시에 반영하여 원활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정치에 비해 훨씬 생소한 독일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저자의 오랜 독일 생활과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의 경험이 녹아들어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간 '독일 모델'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는 전문성도 갖추었다. 독일 정치에 관한 최근의 저술 가운데 가장 역작이라고 평가한다.

     

    저자 : 조성복(독일정치연구소장)
    출판사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출판일 : 2018. 7.
    쪽수 : 328
    서평자 : 최장집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치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2018 / 480p.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2018 / 480p.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2018 / 328p.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2018 /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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