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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품위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일기

    기사 작성일 2020-02-17 10:50:10 최종 수정일 2020-02-17 10: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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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우리 주변을 늘 맴돌고 있지만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하고, 만나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하시다 스가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시다 스카코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이다.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 작가가 왜 죽음이라는 두렵기만 한 단어를 끄집어내고 사회적 금기로 여겨질 수 있는 안락사의 법제화를 외치는지 분명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대 의학은 지난 20세기를 거치면서 놀랍게 발달했다. 특히 그 중에서 중환자 의료 분야는 예전 같으면 사망했을 사람들을 살려내는 기적을 보여줬다. 중환자 의료를 통해 의식이 있어 이전과 같이 살아나는 삶이 아닌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 즉 회색지대(gray zone)에 놓인 환자들도 늘어나게 됐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2007년에 회색지대에 놓인 환자들에 대한 규범적 가이드라인인 '종말기 의료의 결정 과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발표했으며, 2015년에 이를 '인생의 최종 단계에서의 의료 결정 과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부터 일본의 제도와 내용면에서 유사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하며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하시다 스카코는 이러한 연명의료 결정만으로는 현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며 안락사 제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안락사, 존엄사, 소극적/적극적 안락사 등의 용어에 대한 저자의 정의와 의견은 일본에서 파장을 일으켰지만 우리나라 제도권 내에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도된 바 없다. 이 책을 읽기 전 이들 용어에 대해서 한번쯤 고심해봐야 한다. 자칫 인터넷 정보에 의지해 용어를 정의한다면 혼란과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의학교과서에서는 안락사라는 용어는 '의사의 조력을 받아 사망하는 것'을 포함하는 자발적 안락사와 '연명의료 결정'이라는 용어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락사(安樂死·euthanasia)라는 용어는 한자어 그대로 해석한다면 편안하고 즐거운 죽음이란 뜻이다. 그리스어 에우타나시아(euthanasia)를 해석하자면, 에우(eu)는 '좋은' 또는 '편안한'이라는 뜻이며 타나시아(thanasia)는 '죽음'이란 뜻이니 안락사란 적절한 번역이다. 안락사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왠지 불쾌감을 주는 이유는 2차대전 때 독일 나치가 유대인, 집시, 장애인을 대량 학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기술한 안락사가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연결될 거라는 우려도 한몫한다. 다만 이 책에서도 서술한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포함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안락사(volunatary active euthanasia)를 허용한다. 

     

    존엄사(尊嚴死·detah with dignity)라는 용어는 보다 복잡한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존엄사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가톨릭 추기경이 선종한 날 이후일 것이다. 당시 김 추기경은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지 말라"고 당부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등의 연명 의료를 완곡히 거절하고 사후에 장기를 기증했다. 언론은 이를 존엄사라는 용어로 서술했으나 , 사실은 존엄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미를 함의한다는 점에서 자살을 반대하는 가톨릭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단어다. 즉 미국의 오리건주에서 1997년 실시한 자발적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에서 사용되는 의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엄사라는 용어의 사용은 혼동을 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존엄사라는 용어는 인간이 존엄하게 죽을 수 있다는 인권 측면의 의미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자살)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유성호 교수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 

    이 책에서 사용하는 존엄사는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고 스스로 죽음의 방식을 결정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자기 결정권의 표현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의사조력사망(PAS·Physician Assisted Suicide)이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미국의 오리건과 워싱턴 주 등이 허용하고 있는 방법의 필요성까지 역설한다. 그 당위성으로 회복할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 스스로 죽음의 방법을 선택할 필요성이 있음을 제시한다. 그동안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의료 시스템을 꼬집으며 왜 안락사 또는 조력자살이 필요한지 서술하고 있다. 특히 복수의 의사와 간호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팀이 적극적 안락사를 판단하게 하자는 제안은 지은이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숙고해왔음을 방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시행에 있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안락사와 존엄사, 의사조력사망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추세를 본다면 논쟁이 가까운 미래에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우리와 비슷한 사회적 변화 과정을 겪고 있는 일본의 예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보며, 대한민국이 향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결정해야 될지 고민해 볼 때다.

     

    우리는 의학기술의 발달에 열광하며 건강하게 장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인다. 죽음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관련한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서술한 '스무 살 생일에 죽음에 관해 생각하자'는 제안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전해준다. 이 책을 통해 죽음에 관해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며, 현대과학의 발달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어떤 자세를 가질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 : 하시다 스가코
    역자 : 김정환
    서평자: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윤정숙 역, '진실을 읽는 시간: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소소의책, 2018
    다치바나 다카시 저, 전화윤 역, '죽음은 두렵지 않다', 청어람미디어, 2016
    아툴 가완디 저, 곽미경 역, '어떻게 일할 것인가', 웅진지식하우스, 2018
    홍윤철 저, '질병의 종식', 사이출판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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