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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생각의 미술관

    기사 작성일 2017-11-22 12:25:39 최종 수정일 2017-11-22 1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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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미술관(박홍순).jpg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생각의 미술관' 철학의 부재를 느끼는 당신에게

     

    매일매일 도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생을 즐기기보단 버티기 위해 애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 속에서 현대인은 인간성을 상실한 채 소외의식과 불안감을 느끼며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기성세대가 될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기 고뇌가 없으면 습관적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빛과 어둠, 삶과 죽음, 성공과 패배, 강자와 약자와 같은 이분법적 분류체계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동질성을 넘어선 개별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현실 속에서 겪는 내적 갈증은 생각하는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평소에 미술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물리적으로 너무 멀리 있고,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져 가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며 가장 적합한 방법은 바로 미술이라 말하지만 사실 그리 쉽지는 않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다'는 것은 그냥 '보는' 행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의 그림 안에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 혹은 화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은 물론 당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시대정신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술작품에는 많은 메시지가 압축돼 있기 때문에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로부터 실타래처럼 문제의식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나가는 사고 훈련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이 유발하는 충격은 철학에 무관심한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지성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미술의 매력에 빠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미술을 재미난 철학 이야기로 설명하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초반부에 나오는 작품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과 피카소의 『거울 앞의 소녀』는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됐다는 설명과 함께 미국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관습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넓고 깊은 생각을 자극할 때 비로소 철학으로 접어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듯이 '가장 쉬운 철학은 미술관에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가와 철학의 만남을 통해 그 방법을 제시한다. 네덜란드 화가 두스부르흐의 『다다』를 통해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고 기존의 사실주의 전통에서 과격하게 벗어난 표현방식임을 설명한다. 또한 로비스 코린트의 작품 『디오게네스』에서는 무지의 자각과 인식의 지평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사고 방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존재의 근거를 생각에서 찾는다는 의미를 덧붙여 현대사회에서 무지의 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시작으로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고갱, 프리다 칼로에 이르기까지 세기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와 관련된 철학으로 그림을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즐기며 그 속에서 읽어내는 철학의 묘미를 찾아가는 매력이 있다.

     

    많은 이들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대학시절 우연히 듣게 된 서체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고 말하며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애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저커버그 또한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하며 소통에 관해 연구했다고 한다. 미국 유기농 식품 회사인 홀푸드마켓의 대표이사(CEO) 존 매키는 대학시절 철학을 전공했으며 종교, 역사, 문학 등 인문학적 교양지식을 통해 오늘날의 그가 존재한다고 회고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학문의 습득을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철학적 사고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미술과 철학에 관해 무관심하다. 그 이유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내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미술관』은 미술사적 맥락에 맞춘 것이 아니기에 구성이 약간은 산만하고, 철학 이야기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으며 역사, 정치, 사랑, 인간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미술작품 감상을 통해 더 많은 철학자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 박홍순
    출판사 : 웨일북
    출판일 : 2017. 4.
    쪽수 : 327
    서평자 약력
    김연희,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미술관박물관학과 교수(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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