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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기사 작성일 2018-07-04 15:31:14 최종 수정일 2018-07-04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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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성장시키는 자, 경제를 망가뜨리는 자] "현금을 굴리면 리스크를 지지 않죠."(244페이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는 부유한 투자자들 대부분, 즉 대형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애플의 원천 기술이나 생산적 자산에 한 푼도 기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192페이지) 

     

    현재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10%를 상회했던 실업률도 3%대 후반~4%대 초반까지 내려와 수치만 놓고 보면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을 능가할 뻔했다는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경제가 그리고 세계 경제가 이제 안전해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두고는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세간의 또 다른 평이기도 하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역사적 최고치를 갱신해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 적자 비율도 100%를 넘어섰다. 임금 상승률은 제자리걸음이고 고용증가가 가장 빠른 상위 10개 직업군 가운데 6개 직종의 시간당 임금은 최저 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2009년 이후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해져서 상위 1%가 미국의 실질소득 성장분 중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훌쩍 넘기고 있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은 재팽창하고, 기업부채는 다시 기록적인 수준이다. 월가의 금융 비즈니스 모델은 위기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위기를 낳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월가는 어떻게 메인가를 파괴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라나 포루하(Rana Forooha)의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는 실질적인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사업과 공장에,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 미국 경제의 병증을 해부하는 일에 도전한다. 주가는 오르는데 실물 경제는 오히려 뒤에서 침체된다. 금융으로 형성된 부는 상위 1%에 집중되고 부유층의 자산 포트폴리오라는 폐쇄된 공간에서만 맴돈다. 일자리의 터전이며 생산의 실체인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쪼가리로 격하됐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명쾌하다. 지금의 경기회복은 제대로 된 회복이 아니라 연방준비은행에 의해 억지로 조성된 것이며 그 열매는 금융 투자자들이 따먹고 있을 뿐이다.

     

    '메이커스(Makers)'는 노동자를 고용하며 실체를 갖춘 메인가의 제조 기업이며 진짜 가치를 '만드는 자'이다. '테이커스(Takers)'란 실체가 없는 월가의 금융 기업이며 가짜가치를 만드는 자이며 이미 있는 부를 자기한테 옮겨 놓을 뿐인 자이다. 그래서 만들지 않는 자, '거저먹는 자'이다. 월가는 자기 몫만 챙기는 데 관심을 두고 그것이 어디서 나오느냐에는 관심이 없다. 그 금융수익이 미래를 위한 종잣돈인 연구개발비를 줄여서 나온 것이든, 일자리를 희생해서 나온 것이든,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파괴한 대가든 상관없다.

     

    미국 경제 생산총액의 7% 정도를 차지하며 일자리의 고작 4%를 제공하는 금융 부문이 미국 전체 기업 수익의 약 25~30%를 가져간다. 저자는 질문한다. 이것이 정상인가? 왜 이런 일이 생겼고, 왜 계속되는가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만난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앞에 말한 현상이 정상이 아니라고 보는 많은 미국의 정치인, 경영인, 금융인, 경영경제학자를 만나게 된다. 그 비중은 여전히 작지만 숫자는 참으로 많다. 위안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서 얻은 발견이 '인지 포획(cognitive capture)'이다. 금융가인 월가의 사고방식이 미국의 정치인, 관료, 그리고 금융업뿐만 아니라 제조 기업의 경영인에게까지 뻗쳐서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금융화이다. 금융화는 미국 경영학 교육의 변질, 그리고 월가와 관료 간의 회전문 인사와 굳건하게 결합되어 있다. 경영인이 금융인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꼽혔던 GE와 HP의 몰락이 시작됐다. 흥미롭게도 돈놀이에 몰두하는 GM의 경영진도 등장한다. 그것을 상징하는 문장이 "현금을 굴리면 리스크를 지지 않죠."(244페이지)이다. 

     

    부유층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 갇혀 있는 자금이 다시 리스크를 지고 새로운 도전과 자산으로 흘러가게 하려면, 금융이 본분, 즉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금융이 하나의 독립된 사업이라는 생각은 그릇됐다. 여기에 동의하는 미국의 경영진들을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의 즐거움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 경영 교육이 산업현장의 문제와 얼마나 괴리돼 있는가를 역설하는 저자가 정작 산업현장의 목소리, 즉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만나보지 않은 것이다. 옥에 티다.

     

    원제 : Makers and Takers
    저자 : 라나 포루하(경제 칼럼니스트)
    역자 : 이유영
    출판사 : 부키
    출판일 : 2018. 1.
    쪽수 : 532
    서평자 :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경제학 전공 교수, 경제학 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틴 울프 저, 김태훈 역 / 바다출판사, 2009 / 327p.
    마틴 울프 저, 김태훈 역 / 바다출판사, 2009 / 327p.

     

    캐시 오닐저 ; 김정혜 역 / 흐름출판, 2017 / 392p.
    캐시 오닐저 ; 김정혜 역 / 흐름출판, 2017 / 3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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