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negotiation)의 어원은 '쉽지 않다(not easy)'이다. 협상은 서로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결정을 이뤄내는 것이지 전쟁이나 폭력, 중재, 법률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은 쉽지 않다. 협상은 치열한 수싸움과 수읽기를 통해 진행되는 지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바둑과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협상은 일정한 규칙이 없다. 각자가 규칙과 순서를 정해놓고 갈등과 충돌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협상은 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에 가깝다.

중국공산당 10대 원수(元帥) 중의 하나이며 외교부장을 지낸 천이(陳毅)는 협상을  무희문창(武戱文唱), 즉 '입으로 하는 무술'이라고 표현했다. 마오쩌둥은 협상은 일종의 투쟁 도구며, 선전의 수단이고, 적에게 보복하는 도구라고 보았다. 저우언라이도 "승리를 위한 협상이라야 비로소 의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은 대담일 뿐이며 결과도 없다"고도 했다.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은 투지와 책략,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만큼 중국과의 협상은 어렵다. 더군다나 중국과 협상을 경험해 본 전문가들 조차도 중국의 협상스타일에 대한 견해가 각기 다르다. 키신저가 만난 중국과, 협상학자 솔로몬이나 블랙맨이 본 중국은 또 다르다. 더군다나 제3세계 국가의 관료들이 본 중국의 협상스타일 역시 달랐다.

어떤 것이 진정한 중국의 협상스타일일까? 중국의 협상전략과 협상기교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어떻게 협상에 임할까? 중국과 교류를 맺고 있는 국가의 정치가나 기업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특히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어느 시구의 표현대로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고 정리하려고 해도 정리할 수가 없다(剪不斷,理還亂).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너무나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국제정치는 중국을 떠나서 말할 수 없다. 굴기하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이제 전 세계의 문제가 됐다.

이 책은 중국의 협상을 전반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해 중국과의 협상에 직면하게 될 전문가들에게 유용한 참고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로 쓰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만의 독특한 협상사유가 존재한다는 '중국특색협상관'을 피력하고 있다. 중국의 협상행위에는 불변적 요소와 가변적 요소가 있는데 불변적 요소로서 맑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전통적인 중국문화사유들은 서방국가와 다른 독특한 협상관을 만들었다. 가변적 요소로서 개혁개방이 심화함에 따라서 윈윈의 협상관념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협상이론과 실무를 결합해서 중국의 협상전략을 양안관계의 틀 속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한국에도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은 자명하다. 

저자 : 린원청(林文程)
역자 : 강병환
원저 : 中共談判的理論與實務 : 兼論台海兩岸談判
서평자 :  강병환 KNS뉴스통신 논설위원
서평자 추천도서 :     
그레이엄 앨리슨 저, 정혜윤 역, 『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세종서적, 2018
훠리궈 외 저, 이재연 역, 『강대국의 길, 중국의 길』, 다른생각, 2017
NEAR재단 저, 『동북아시아의 파워 매트릭스 :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선 한반도』, 이새, 2017
김영진 저, 『중국, 대국의 신화 : 중화제국 정치의 토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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