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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기사 작성일 2016-09-07 18:11:36 최종 수정일 2016-09-07 18: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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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 경제와 경영의 투쟁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기업 경영과 얼마나 다를까? 누구든 이 둘이 완전히 동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기업보다 규모도 크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다루어야 할 문제도 다양하다. 프린스턴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 문제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을 저술했다. 요즘 미국의 경제정책에서 경영학자와 경영자들의 입김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들이 국가 경제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용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전에도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영학자, 역사학자, 경제 산업 비평가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 큰 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글을 다수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글들을 묶어서 『Pop Internationalism』(1996)라는 책을 출판했다. 서문에서 그는 자신의 투쟁이 “대중영합적 국제주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도록 해 주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경제학자들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이번에 출간된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는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국가 경제정책 영역을 침범해오고 있는 경영학자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가 경제를 기업 경영과 동일선상에서 논하는 일부 기업 경영자들의 지적 오만을 비판하고 있다. 일부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크고 작은 성공에 도취하여 기업 경영의 발상을 경제정책에 그대로 대입하려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의 주장이 국가 정책에 그대로 적용되는 오류가 빈번해지고 있다. 나아가 경영자 출신 정치지도자들의 국가 경영에 대한 관점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국가를 기업 경영하듯이 접근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경제정책에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 경제정책은 기업 경영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규모와 복합성의 차이가 있다. 미국 경제는 1억 2천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보다 20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시스템의 복잡성 관점에서 보면 그것의 제곱보다도 더 증가하게 된다. 또한 기업은 특정 기술이나 산업분야에 전문화되어 있지만 국가는 거의 모든 산업을 포괄한다. 포도주 생산 기술을 컴퓨터 공학에 적용할 수 없듯이 특정 산업에서의 노하우는 다른 산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저자가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 사이의 차이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업은 개방형 시스템이지만 국가 경제는 폐쇄형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기업은 매출을 증가시키면 그만큼 성장하지만,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특정 기업의 성장이 경쟁 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내수산업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수출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경제는 균형과 불균형 사이를 오가는데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국가를 경영할 때는 특별한 전략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나 많은 참여자들과 변수들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기보다는 전체 경제 참여자들이 미래를 안정적으로 예측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기업 경영자들이 국가 경제에 조언하거나 직접 참여하고 싶으면 경제학을 더 학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구축된 경제학의 세계는 성공한 경영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들을 무시하고 국가 경제정책에 대해 함부로 소리를 높이는 경영자들을 일갈한 이 책은 크루그먼의 다혈질적인 성정을 반영하고 있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크루그먼의 주장에 공감하겠지만, 한편으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경영학자와 경영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왔다. 그들의 주장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배울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은 경제 성장과정에서 대통령이 수출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가들의 요구를 직접 듣고 그것을 정책에 우선 반영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추락했을 때 경영학자들이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했고, 그것은 클린턴 행정부 이후 미국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크루그먼의 직설은 국가 경제에 대한 경영자들의 기여와 경영학의 유용성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겸손한 경제학자라면 경영학과 경영자들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배우려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크루그먼의 지적처럼 경영자들도 경제정책에 관여하기 전에 국가 경제와 경제학적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원제 : A Country Is Not a Company
    저자 : 폴 크루그먼(Paul R. Krugman)(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 외교학과 교수)
    역자 : 유중
    출판사 :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일 : 2016. 3.
    쪽수 : 95
    서평자 : 권오혁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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