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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유행가는 역사다 : 노래로 읽는 한국현대사

    기사 작성일 2019-04-24 11:05:27 최종 수정일 2019-04-24 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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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대중가요로 역사 읽기'의 함정과 구멍

     

    "대중가요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 일제강점기 대중가요는 민족의 애환을 담고 있었으며, 식민지와 근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대중들에게 위무제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중략) 대중가요는 언제나 대중의 욕망과 함께 발전한다. 1950년대는 어지러운 시대의 현실을 잊으려 했기에 당시 대중들은 미국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대중문화를 동경하기 시작했다."(7페이지)

     

    '대중가요가 그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 시대에 유행한 노래가 있고, 그러한 노래들을 통해 당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문의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대중음악이 학문의 대상이 되고, 연구 성과도 꽤 쌓였다. 그만큼 대중가요를 바라보는 시선과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대중가요가 당대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를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대중가요도 있지만 때로는 풍자적이거나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중가요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대중가요에 숨어 있는 뜻을 찾아내야 한다. 대중음악 역사를 연구하고, 대중음악에 반영된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밑그림조차 분명하지 않는 퍼즐을 맞추는 작업과도 흡사하다. 특히 과거의 노래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수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의 노력과 공력을 요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중가요사를 개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일제강점기의 대중가요는 민족의 애환을 담은 허무와 눈물로 일관된 작품이 많아 식민지와 근대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대중들에게 위무제로서의 역할을 했다. 해방이후에는 혼돈의 시대상황과 마찬가지로 기존 가요의 흐름 속에 이국적인 요소들이 가미된 서로 다른 트렌드가 충돌하는 전환기였고 1950년대는 어지러운 시대 상황을 잊기 위해 미국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대중문화를 동경했다. 1960년대는 본격적인 미국풍의 스탠더드 팝 음악이 트로트와 함께 대중음악의 양대산맥을 형성했으며, 1970년대는 통키타와 청바지의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포크음악의 시대였다. 1980년대는 록음악과 대학가요제의 전성시기라 할 수 있고, 1990년대는 발라드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에 이어 2000년대는 아이돌 바람이 불면서 '케이팝(K-POP)'으로 한국음악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유행가는 역사다'라는 조금 거창한 제목의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책에 기대한 것이 있었다. 대중음악 역사 연구에 수십 년을 보낸 자칭 '대중음악사학자'인 내게 새로운 사실과 영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일단 서문을 읽으며 나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대중음악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런 면에서 저자와 나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족속인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재미있는 내용도 많이 담았다"고 한 것과 달리 내게는 익숙할 뿐만 아니라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인지할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다. 저자가 28곡을 선정한 기준과 근거도 모호했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는 노래들을 자의적으로 선곡한 것으로 보이나, 꼭 그 노래이어야 하는 필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선곡 기준 등은 결국 필자의 역사관과 연결되는데, 책에서는 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노래와 역사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새롭게 조명했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기존에 발간된 다양한 책들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밝혀진 내용들을 편집한 느낌이 들며, 참고문헌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분명히 출처를 밝혀줘야 할 내용에 있어서는 각주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일차자료를 확인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오류들도 눈에 들어온다. 남인수가 부른 <애수의 소야곡>은 1931년이 아니라 1938년에 음반으로 발매됐다(39페이지). 나애심이 부른 <세월이 가면>의 음반번호도 S438이 아니라 S436이다(89페이지). '김추자 간첩설'의 경우, 중앙정보부에서 김추자를 조사를 했다고 기술(154페이지)했으나, 김추자 본인이 중앙정보부에서 자신을 불렀으나 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화 내지 뒷이야기를 중심으로 대중가요를 훑어본 책들은 이미 기존에 많았다. '한국 대중 연예사'(황문평, 부루칸모로, 1989) 등의 황문평 선생님의 책들과 '노래 따라 삼천리'(정두수,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3), '나의 삶 나의 노래'(반야월, 선, 2001), '손목인 가요인생'(손목인, 초이스북, 2014) 등이 떠올랐다. 비록 이러한 책들이 기억의 오류로 인해 일차자료가 틀린 것이 있긴 하나, 음악에 종사한 저자들이 직접 경험한 노래와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거칠게나마 한국 현대사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제강점기, 8·15 해방, 6·25 한국전쟁, 4·19 혁명, 베트남전 파병, 10·26 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노래와 함께 만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 '세월호 침몰 사건'도 다뤘다.

     

    가볍게 책 한 권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어떤 부분에서는 울컥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대중음악과 관련된 역사를 알고 싶다면 직접 일차자료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28곡의 노래로 보고 말기에는 대중음악을 둘러싼 역사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 : 이영훈(채널A 보도본부 디지털 뉴스팀장)
    출판사 : 휴앤스토리
    출판일 : 2018. 11. 
    쪽수 : 307
    서평자 : 장유정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교양학부 부교수, 문학박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장유정, 서병기 지음 / 성안당, 2015 / 480p
    장유정, 서병기 지음 / 성안당, 2015 / 480p

     

    박찬호 지음 / 미지북스, 2009 / 668p., 743p
    박찬호 지음 / 미지북스, 2009 / 668p., 7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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