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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

    기사 작성일 2020-04-01 16:45:16 최종 수정일 2020-04-01 16: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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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잘못된 경제정책과 그 진실

     

    "모든 경제학적 망상 중에서 기계가 실업을 만든다는 믿음은 가장 그럴 듯하게 보인다. 그 믿음은 수천 번 깨졌으나 그 잿더미 속에서 변함없이 단단하고 활발하게 솟아올랐다. (중략) 모든 기술적 개선이 실업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노역과 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순간부터 실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62페이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어날까?" "기술이 실직을 부른다?" "최저임금법을 강화할수록 악영향이 커진다." "공무원은 '구매력'이 아니라 '유용성'으로 평가된다."

     

    이 질문과 진술은 오늘날 한국의 경제정책을 평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서 1946년에 초판이 나온 『보이는 경제학 안 보이는 경제학』(원제 Economics in one lesson: the shortest and surest way to understand basic economics)의 소제목이다. 약 70여 년 전의 미국에서 나온 주장이 어쩌면 이렇게 오늘날 한국의 상황과 똑같은가? 초판을 발표한 후 30년이 지나고 나서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한탄하는 내용을 저자가 증보판인 책의 마지막에 첨가했다. 그로부터 다시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한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쉬운 문체로 쓰여졌다. 헨리 해즐릿(Henry Hazlitt)의 이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를 자유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언론인이라고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언론인이다. 10대 시절부터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이브닝 메일'의 경제부 기자, 1934년부터는 12년간 '뉴욕타임즈' 경제논설위원, 그 이후에는 '뉴스위크'에서 20년간 칼럼을 썼다. 기자로서의 훈련을 거치며 간결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해즐릿은 초판 서문에서 깨진 유리창 우화로 잘 알려진 프레데릭 바스티아(Frederic Bastiat, 1801~1850)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이에크의 스승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1881~1973)의 저술 등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썼다. 이를 통해 그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즐릿은 "나쁜 경제학자는 눈앞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좋은 경제학자는 간접적이고 보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했다. 즉 지금의 단맛에 빠져서 충치를 걱정하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당장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국가에 해로운 정책을 펴는 사람들을 나쁜 경제학자라고 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오늘날 한국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반드시 알아야 할 24가지 경제정책과 그 진실에 관해 설명한다. 깨진 유리창 때문에 일거리가 생겼다는 사고(1장), 전쟁으로 시설이 파괴되면 복구하느라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다는 주장(2장), 정부지출로 일자리를 만들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생각(3장) 등은 모두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 오류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줄어드는 다른 일자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정부 대출금과 보조금, 정부 신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5장). 이를 이해하고 이 충고를 충실하게 따랐으면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이 실직을 부른다는 오해는 200여 년 전 영국 산업혁명 시대에 '러다이트 운동'에서 시작돼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왜 오해인지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6장). 최근 한국 정부가 시도하는 최저임금 인상(18·20장),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이 잘못된 경제학에 근거한 것임을 70여 년 전에 쓰여진 이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주당 최고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정책은 명목상으로는 일과 여가의 균형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는 취지도 있다. 저자는 일자리 나누기는 결국 "더 효율적인 방법이 일자리를 파괴하고, 덜 효율적인 방법이 일자리 창출에 필요하다는 믿음"에 기초한다고 핵심을 찔렀다(7장).

     

    공무원을 늘려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 발상이 옳은지 판단하고 싶은 사람은 "공무원은 '구매력'이 아니라 '유용성'으로 평가된다"는 8장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착한 가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평한 가격책정은 불가능하다"는 12장과 정부의 가격통제를 다루는 16장을 일독하기 바란다. 이 밖에도 무역(10~13장), 노동조합(19~21장), 인플레이션(22장)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전 세계 10개 언어 이상으로 번역됐고, 100만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 셀러인데, 왜 이제야 한국에서 번역이 되었는지 이상할 정도다. 이제라도 번역이 돼 소개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일독을 권한다. 

     

    원제 : Economics in one lesson : the shortest and surest way to understand basic economics
    저자 : 헨리 해즐릿(자유주의 철학자, 경제학자, 언론인)
    역자 : 김동균
    출판사 : DKJS
    출판일 : 2020. 1.
    쪽수 : 263
    서평자 :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University of Georgia, Ph. D.(경제학)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프레데릭 바스티아 저 / 김정호 역 / 자유기업센터, 1997 / 257p.
    프레데릭 바스티아 저 / 김정호 역 / 자유기업센터, 1997 / 257p.

     

    권혁철, 민경국, 안재욱, 전용덕, 황인학 공저 / 북앤피플, 2016 / 394p.
    권혁철, 민경국, 안재욱, 전용덕, 황인학 공저 / 북앤피플, 2016 / 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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