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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기사 작성일 2022-01-26 09:53:24 최종 수정일 2022-01-26 09: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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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죽음을 돌보며, 이 사회를 돌보다

     

    "'우리'가 사라진 세상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라는 말을 쓰지 않고 '나'부터 앞세운다. 그렇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사회가 변해버려 살아남기 그토록 힘든 것을 어찌하겠는가."(208쪽)
      
    이 책은 20년 가까이 무료 봉사로 700여 명의 죽음을 돌보았던 어느 장례 지도사의 체험담이다. 그는 수많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면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누구보다 정확히 보았고, 이 사회를 향해 죽음과 장례 그리고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당신의 죽음은 안녕하십니까'에서는 고독사나 무연고사를 한 이들과 최근에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사건과 느낌을 15편의 짧은 글에 담았다. 2부 '죽음의 곁에서 생각했던 것들'에는 저자 자신의 장례 봉사 체험과 함께 성찰한 삶과 죽음 그리고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다시금 15편의 짧은 글로 전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수많은 무연고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한국의 장례 문화 안에 있는 뿌리 깊은 허례허식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상장례 전문가로서 역사 속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어 왔던 장례 풍습의 부조리까지 지적한다. 특히 상조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누군가의 죽음이 돈을 버는 기회가 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한다. 이러한 비판과 지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례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는 데에 이른다.

     

    우리는 애도의 시간을 통해서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를 정리하지만, 동시에 고인을 우리 마음 안에 간직하게 된다. 이제 돌아가신 분과의 새로운 관계, 남은 자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장례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명당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인이 우리 마음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명당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가기도 힘든 산골짜기에 고인을 모시고, 점점 잊어버리기 보다는 가까운 곳에, 찾아가기 쉬운 곳에 모시고, 가족들과 그곳에서 만나고 쉼의 시간을 갖도록 초대한다.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은 쉼의 시간이며 동시에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지금 코로나로 죽은 시신들은 애도의 시간을 갖지도 못하고 24시간 안에 화장되어 사라진다. 2년 간 전 세계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코로나 사태는 점점 죽음을 멀리하려고 하는 현대인들에게 애도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남길 것인가? 버려진 죽음을 직면한 이들에게 죽음은 점점 더 멀리하고 싶은 현실이 되어 버리진 않을까? 어쩌면 그것은 더 많은 이들의 고독사와 무연고사를 낳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수습했던 수많은 죽음은 애도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이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이었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이들이었다. 고독사, 무연고사 등은 이제 하나의 사회 문제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 고민할 때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현대 사회에서 점점 만연되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가족', '관계'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하나의 축제처럼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장이었다. 부모의 죽음을 통해 자녀들이 모이고, 일가친척들이 모인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고인과의 새로운 관계가 정립된다. 이제 고인은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 안에서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죽음은 삶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은 결코 혼자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성',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무한 경쟁하고 있다. 서로를 돌보지 않은 사회에서 수많은 이들이 버려지고 잊혀진다.

     

    물론,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자기만을 돌보는 사회에서는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도 사라진다. 단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사회가 간절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활동은 바로 '인간 존중'의 표현이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고, 심지어 손가락질 당하는 이들의 죽음까지 돌보는 저자의 활동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이란 그 자체로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 마지막 장에 표현된 저자의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자는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약을 먹고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안락사'를 좋은 죽음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죽음을 멀리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이 문제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버려진 이들의 죽음까지도 인간은 귀한 존재이며, 그들의 생명 또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명의 가치가 소중히 여겨지는 곳에서는, 고독사도 무연고사도 발 디딜 수 없을 것이다.

     

    저자: 강봉희(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 단장)
    출판사: SIDEWAYS
    출판일: 2021.10.
    쪽수: 216
    서평자: 박은호(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김형숙 지음
뜨인돌출판, 2017
304 p.
    김형숙 지음 / 뜨인돌출판, 2017 / 304쪽

     

    이향만 지음심산, 2020
331 p.
    이향만 지음 / 심산, 2020 / 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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