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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사죄 없는 사과사회: 조직의 운명을 바꾸는 진짜 사과와 거짓 사과

    기사 작성일 2021-01-13 09:42:25 최종 수정일 2021-01-15 0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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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사과하는 법, 사과하지 않는 법, 사과하면서 사과하지 않는 법

     

    "사과는 공짜가 아니며 사과하는 일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271페이지)
      
    사과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사과가 싫은 사람은 이 책을 줄치며 읽어야 한다. 사과하면서 사과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아예 이 책을 외우는 게 좋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사과의 수사학(修辭學)'이다. 말(語)의 시대다. 아주 잠시 글의 시대가 있었다가 인류는 다시 말로 소통하고 말로 승부를 거는 시대를 사는 중이다. 해서 이 책은 앞으로도 한참 더 유용하다. 이 책에는 사과의 몇 가지 원칙과 응용방법과 좋은 사례와 그리고 조심해야 할 내용들이 들어있다. 사과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사과는 전략이고 마케팅이며 동시에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래서 사과는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영원히 당신의 발목을 잡는다. 사소한 일에는 사과해도 된다. 그러나 무거운 것은 참고 견디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한 언어를 탑재한 사과는 회피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상당 부분 줄여준다. 책은 인간이 사과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왜 사과를 하는가. 우리가 서로 사과를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의 본질은 거래다. 이 책이 주로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사례를 다루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과는 거래를 단절시키기도 하고 활성화시키기도 하며 가끔은 더욱 강한 브랜드 충성심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사과에 대한 세 가지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책을 읽어 보자. 먼저 사과를 잘 하는 법이다.

     

    사소한 불만에는 사과를 하든지 안 하든지 별 차이가 없다. 사소한 일일 때 가장 효과적인 사과는 사과문을 덧붙이든 말든 5달러짜리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기대를 조절하는데 생각보다 능숙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손실을 입었을 때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하나는 경제적인 손실이다. 상한 딸기를 샀다고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가 자신의 기대를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까닭에 돈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재지 말고 따지지 말고 사과해야 한다. 마음의 응어리는 오래 가고 증폭되며 깔끔하게 해소되지도 않는다. 책에 드러난 훌륭한 사과는 간결함, 명쾌함 그리고 쉬운 말이다. 무엇보다 사과에 집중해야 한다. 얼버무리거나 피하지 말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문제의 초점을 흐리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는 정상 참작 요인을 늘어놓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변명하느라 사과를 망치지 말라"는 짧은 경구로 오래 전에 이 방법론을 알려준 바 있다.

     

    사과하지 않는 법은 미안해해야 할 일인지를 먼저 결정한 다음에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제트블루라는 항공사는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을 위협한 행동으로 항공기에서 쫓겨난 일가족 다섯 명에게 사과를 거부했다. 이 사건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때 경영진은 사과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승무원들의 행동을 지지함으로써 오히려 진실성을 확보했다. 제트블루는 무조건 사과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고객이 언제나 옳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도덕적인 사람이라 여기고 싶은 사람들은(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기꺼이 이 발언을 옹호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행패 가족에게 돌렸다.

     

    마지막은 사과하는 척하며 사과하지 않는 법이다. 가장 자주 활용되는 방법은 쉬운 말을 전문용어로 바꾸는 것이다. '바가지요금'은 '가격 책정 문제'가 되고 '폭발'은 '화염에 의한 과잉 가압'이 된다. 일상적인 언어 대신 돌려 말하는 순간 분노를 일부 무마시킬 수 있다. 다음은 문장을 수동태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개를 차로 쳤다" 대신에 "개가 차에 치었다"로 말하는 것이 그렇다. 시점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순간적으로 가해자가 사라진다. "실수가 벌어졌고 교훈을 얻을 것입니다"와 "실수를 했고 교훈을 얻겠습니다"를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비난과 책임에서 벗어나는 절묘한 기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항상 먹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우롱하다는 느낌이 들 경우 추가 분노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사과를 중시하고 강요한다. 툭하면 사과하라 윽박지르고 몰아붙인 끝에 기어이 사과를 실현하며 즐거워한다. 그러다보니 필요도, 의무도 없는데 필사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사과 충동'까지 극성이다. 미안하다고 하면 마치 착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정신질환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에게 특히 유용하다. 짧게 정리, 요약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천천히 꼼꼼히 읽어야 한다. 수사학인 동시에 사과의 사회학이자 읽어두면 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도서인 까닭에 보상은 넉넉하다.

     

    저자: 숀 오마라(출판인 겸 작가), 케리 쿠퍼(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 조직 심리학 및 보건학과 교수)
    역자: 엄창호
    출판사: 미래의창
    출판일: 2020. 8.
    쪽수: 391
    서평자: 남정욱 작가(前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20
328 p.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2020 / 328p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지안출판사, 2009
366 p.
    아론 라자르 지음 / 윤창현 옮김 / 지안출판사, 2009 / 3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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