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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

    기사 작성일 2022-02-09 09:39:39 최종 수정일 2022-02-09 09: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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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낯선 문명의 도래에 대한 예고와 법적 대응

     

    "이미 현존하는 어떤 존재에게 존재할 자격을 요구한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본질을 무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로봇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율성을 갖는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은 인류 문명과 공동체에 큰 충격을 주고, 우리를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이끌 것이다. 인류는 미래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110~111쪽)
      
    이 책은 주장과 가능성에 관한 책이다. 초인공지능의 등장이 가능하다, 책임지는 인공지능이 가능하다,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에게도 법인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모든 가능성은 이미 증명되었다기보다 아직은 전문가들의 '주장'이 많다. 그런데 그런 주장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그냥 보통사람이 아니라 이 분야에서 수 년 또는 수십 년 공부하고 사색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다.

     

    저자는 초인공지능의 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미 레이 커즈와일은 2007년에 쓴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인간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뜻하는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저자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가능성, 특히 민사소송에서의 활용가능성으로 손해배상 소송의 손해액 산정, 재산분할·유류분·사해행위 취소·회생사건 등에서 복잡한 계산이나 자료 정리를 들고 있고, 형사법에서는 양형표준화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싱가포르는 이미 인적 손해의 책임비율 산정에, 호주는 재산 분할에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하게 호소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법적 주체성' 인정이다. 법적 주체성은 '법인격(legal personality)'이라 한다. 무릇 법인격을 가진 존재는 권리능력, 의사능력, 행위능력을 가진다. 저자는 인공지능에게 법적 주체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미 유럽연합 의회는 2017년 '로봇에 관한 민사법 규칙에 대한 위원회안' 결의를 통해 인공지능 로봇을 '전자인간(e-person)'으로 규정했다. 인공지능 설계자, 제조자, 관리자, 소유자, 사용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이루어진 계약이나 인공지능 로봇이 일으킨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 등, 머지않은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인공지능의 법인격 인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로봇에 법인격 인정이 가능할 것인가? 고대에는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이나 식물, 때로는 바위와 같은 무생물까지도 법적 주체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구별 짓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사회적 승인'으로 파악한다. 노예는 물건이었다. 133명의 살아있는 아프리카 흑인을 바다에 던져버린 종(Zong)호 선주가 보험회사에 손해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선장이 배를 구하기 위해 '화물'을 바다에 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대에 와서 노예 제도가 폐지된 것은 사회 전체가 노예도 인간으로서 생명과 신체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 존재라고 '각성'했기 때문이다.

     

    물건도 법적 주체가 될 수 있음은 이미 세계 공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바로 재산의 단체인 재단이 법인으로 인정된 것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재산의 단체, 즉 재산의 덩어리에만 법인격을 인정할 수 있을까? 꼭 그렇게 볼 이유는 없다. 단 하나의 물건에도 법인격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로봇도 사회적 승인이 있으면 법인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법인격이 인정되면 소송능력도 인정된다. 저자는 바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인공지능 로봇에도 법인과 유사한 법인격을 인정하자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법인 등기제도처럼 인공지능 로봇의 의무적 등록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등록에는 인공지능 로봇의 고유 식별번호와 인공지능과의 거래 시 필요한 운용자, 책임재산, 법인의 목적과 같은 용도 및 기술적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보통 등기와 등록을 하는데, 등록만 하자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등록만 한다면 이는 자동차 등록과 유사하게 취급되는 것이고, 자동차는 물건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공지능 로봇도 물건으로 본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건으로 보는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능이 개선될 수 있고, 외형 변경으로 오히려 자동차보다도 교체주기가 빠를 수 있다. 그러므로 등기제 보다는 등록제를 채택하는 것에 동의한다. 자동차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지 않으면 운행할 수 없는데, 인공지능 로봇의 경우도 종합보험이 개발되어 인공지능 자신의 생명(손상)을 보호하고, 로봇이 스스로 타인에 가한 손해도 배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이 책은 관련 분야에 관한 대부분의 논문과 저서를 읽고, 저자 본인의 생각을 덧붙여 인공지능에 대한 사고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인격화로 우리 생활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저자: 양희철(변호사)
    출판사: 스리체어스
    출판일: 2021.8.
    쪽수: 144
    서평자: 최준선(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스티븐 핑커, 맥스 테그마크 [외] 
엮은이: 존 브록만
옮긴이: 김보은
프시케의숲, 2021
447 p.
    스티븐 핑커, 맥스 테그마크 外 지음 / 존 브록만 엮음 / 김보은 옮김 / 프시케의숲, 2021 / 447쪽

     

    한상기클라우드나인, 2021
258 p.
    한상기 지음 / 클라우드나인, 2021 /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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