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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좌진 이야기]"의원님 귀는 당나귀 귀"…국회 '대나무 숲'에는 무슨 일이?

    기사 작성일 2017-04-12 16:26:40 최종 수정일 2017-04-12 16: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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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 숲.jpg

    보좌진 "의원님은 인기가 없으세요" 일침
    300개 의원실은 300개 기업, 각자 개성有
    불만의 목소리를 개인 문제로 넘겨선 안돼

     

    신라 제48대 경문왕은 당나귀처럼 긴 귀를 가졌다고 한다. 그는 귀를 숨기기 위해 높은 왕관을 쓰고 다녔으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폭로했다. 이후 바람이 불 때마다 그 소리가 들려오자, 경문왕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는 설화가 있다.

     

    설화에서처럼 '대나무 숲'은 비밀을 폭로하는 장소라는 의미로 이용되곤 한다. 대한민국 국회에도 온라인 ‘대나무 숲’이 있다. 국회 관계자들이 사용한다는 대나무 숲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들여다봤다. 다만 모든 ‘대나무 숲’이 그러하듯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은 고려하며 볼 필요가 있다.

     

    ◇“후원금이 안 걷히는 건, 의원님 인기가 없는 탓이에요”

     

    국회 보좌진들이 주로 이용하는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의원들을 향한 푸념 섞인 글들이 눈에 띈다. 보좌진들은 의원에게 직접 할 수 없었던 말을 대나무 숲에 속 시원히 뱉어냈다.

     

    “의원님, 후원금이 많이 안 걷히는 건 보좌진 탓이 아닙니다. 의원님께서 인기가 없는 탓입니다.”

     

    “의원님이 욕을 많이 먹은 건 보좌진이 SNS를 잘못 관리한 탓이 아닙니다. 의원님의 손가락이 자초한 일입니다.”

     

    “의원님 제발 공부 좀 하세요. 너무 하시네 정말.”

     

    대나무 숲에는 지탄받는 국회의원이 본인이 아닌 보좌진 탓을 하는데 대한 일침을 날리는 글이 많았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관리를 잘못했다“며 보좌진 탓을 하는 의원에게 ”(의원) 손가락이 자초한 일’이라며 비꼬는가 하면, 공부를 하지 않는 의원에게는 ‘공부 좀 하라’며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1년에 최대 1억5000만원을 걷을 수 있는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보좌진에게 핀잔을 줬던 국회의원은,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불 때마다 본인의 ‘인기 없음’을 상기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 "자기가 한 일처럼 보고하지 마라"

     

    6급 이하부터 인턴까지, 주로 낮은 급수의 보좌진들은 정글 같은 국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지쳐 하소연하듯 글을 남기곤 했다. 주로 비서관 이상 보좌진들에 대한 불만이다. 국회의원실에는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가 각각 1명, 인턴 비서가 2명 있다.

     

    “너무 힘든 하루다. 두 보좌관 알력싸움에 피가 마르는 기분. A보좌관은 B보좌관이 나쁜 놈이라 하고 B는 A가 나쁜 놈이라 하고. 귀 막고, 입 닫고, 눈 감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직원들이 한 일을 자기가 한 일처럼 의원에게 보고하는 습관을 버리세요. 법안, 질의서, 민원처리 등 실명 처리하여 보고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가 한 것처럼만 하지 말아주세요. 일하는 사람 의욕상실 발생합니다.”

     

    “키보드 워리어. 출근해서 하루종일 카톡 채팅방 띄어놓고 카톡에 열중. 쉬는 시간은 자신의 인스타, 페북, 블로그 관리. 당신 같은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게 부끄럽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 당신 같은 사람 때문이겠지. 그렇게 일하고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포장하겠지. 남을 욕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세요. 당신도 잘한 건 없는 거 같은데.“

     

    구성원 간 갈등이 없는 조직은 흔치 않다. 7~9명 정도의 보좌진들이 근무하는 의원실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만난 한 보좌진은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9급 비서와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대개 의원실 9급 비서는 사무행정을 총괄하는데, 그가 일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비품하나 구비하는 것도 힘들다. 그 보좌진은 “경력을 떠나 나이가 직급이라고 생각하는 행정비서의 마인드가 문제였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의도 옆 대나무 숲' 화면
    온라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의도 옆 대나무 숲' 화면

     

    ◇300개 의원실은 300개의 서로 다른 회사

     

    지금까지만 보면 국회를 싸잡아 욕하기 십상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300개의 국회의원실이 있다는 것은 300개의 서로 다른 기업이 있는 것과 같다. 일부 이야기를 국회 전체로 일반화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의원실이 300개인만큼 마치 300개의 회사가 있는 이곳은 제가 몸 담고 있는 곳처럼 좋은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는 의원실들도 많고요. 저도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대숲을 보다보면 저는 정말 복 받은 의원실에 온 것 같아요. 솔선수범하시는 보좌관님, 얼른 진급하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주시는 비서관님, 화목한 분위기의 의원실. 그래서 대숲에 올라오는 글을 읽다보면 사실 이해가 안가고 궁금해요. 다른 방으로 옮기는 게 조금 두렵기도 해요. 모든 방이 그런 건 아니겠죠? 정이 넘치는 방도 많을 거에요ㅜㅜ그런거죠?”

     

    앞서 불만 글과는 달리 화목한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실제로 현직 보좌진 A 씨는 “우리 의원실은 탑다운 식의 업무 전달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같이 상의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특정 업무를 제외하고는 일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면서 “이전 의원실에서 할 수 없었던 법안발의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불만, 개인 푸념으로 넘겨서는 안돼

     

    한 가지 주지해야 할 것은 ‘여의도 대나무 숲’에 올라오는 글을 단순히 개인적인 푸념으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르지 않은 글이 거슬리거나 불편할 수 있고, 국회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비출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잘못된 관행은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의도 대나무 숲’ 운영진은 지난 1월4일 글을 통해 “익명성의 보장을 통해 국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를 목적으로 한다”면서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국회인턴 등 상대적 약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좌진들의 불만섞인 목소리에 대해 4년 경력의 보좌진 B씨는 “(의원실은) 의원한테만 잘 보이면 되는 구조”라면서 “4급 보좌관을 통해 보고받는 의원은 다른 보좌진에 신경을 겨를이 없다. 다면평가 등 인사평가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7년 경력의 보좌진 C씨는 “인턴의 경우 아무리 오래 일해도 직급을 달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 행정비서는 대부분 ‘평생 9급’이라는 틀을 벗어 날 수 없다”면서 “보좌진들의 불만은 직급별로 다르겠지만, 특히 인턴과 행정비서의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좌진의 일은 정해진 프로세스가 없어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의원 사진만 찍어도 직급을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잡일부터 국정감사까지 해도 인턴인 경우가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오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지역구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비서관이 역량부족을 이유로 당일 해고 통보받은 사례를 소개하며 "인사에 대한 불안감은 보좌진의 주요 스트레스 중 하나"라고 전했다. 

     

    ※국회ON은 국회 내부의 목소리에 귀기울입니다. 대표메일 naon@assembly.go.kr

     

    박병탁 기자 ppt@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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