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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무경계

    기사 작성일 2017-11-29 09:57:30 최종 수정일 2017-11-29 09: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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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 어느 수준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을 것인가?

     

    종교는 몸에서 시작하여 개별자의 범위를 넘어서 우주와의 일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정체성과 그가 맺는 관계의 성격, 삶의 지평까지를 해명한다. 42억 년이 넘는 지구의 나이에 비해 인간이 지구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00만 년 전이며, 언어 도구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의 신석기는 불과 1만 년 전이라 한다. 그림과 조각 등에서 시작된 소통수단을 사용하면서 인간과 세상을 넘어서는 우주와 무한의 신비를 설명했던 방식을 오늘날 우리는 종교라고 부른다. 또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종교적 문화가 발생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들은 인간의 삶 이전과 죽음 이후에 관심을 갖고 현세의 삶을 우주적 관계 안에서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우혁 교수
    ​최우혁 교수

    큰 코끼리의 몸을 만지는 장님들처럼 일상과 우주의 실체를 더듬어 가는 종교 활동은 곧 "지금" "여기"에 살아서 활동하는 인간 "나"를 이해하기 위한 관계의 맥락을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는 이렇듯 구체적인 상황 안에서 발생하는 한조각의 퍼즐처럼 다양한 유산들이 갈등과 통합을 통해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조각들을 한 줄로 꿰는 통합적 인식의 지평을 전망한 이는 심리학자로 알려진 켄 윌버이다. 역설적으로 그의 방법론은 해체이다.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세분화된 각 인간이해의 관점들과 방법론들이 동시에 공존 가능할 뿐 아니라, 각기 다른 관점으로 시작된 인간이해의 방법들은 그 인식의 경계를 허물 때 "나"로 인식하던 인격(페르소나)이나 그림자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경계와 갈등이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한다: 당신은 이러한가? "영적인, 그러나 종교적이지 않은" 

     

    21세기의 종교들은 "신비"라는 지하 주차장을 공유하는 거대하고 높은 아파트 단지에 비유할 수 있을까? 높이 올라가는 사다리처럼 솟아 오른 종교들의 기반에는 여전히 석기시대에 시작된 인류의 근본적인 질문들이 지하의 공동구역에 남겨져있다. "신비"라는 이름 아래 덮어서 어두운 곳에 밀어 둔 인간의 보편적인 관심을 되돌아 볼 때이다. 신비와 그에 관심을 갖는 인간의 시선을 함께 연관해서 영성이라고 부른다. 각 종교에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지만 그 다양함은 달빛을 가리키는 손가락들에 비유되기도 한다. 종교의 사다리를 내려와 신비의 베일을 벗기고 실체를 만난 이들은 달빛아래 함께 세마를 추는 남성들이거나 함께 강강수월래를 하는 여성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종교의 영성은 근본적으로 관계적이고 사회적이다. 춤을 추며 나의 경계를 허물고 우주와 일치가 되는 것은 우주가 "나"에게 열린 이 순간을 겸손과 기쁨으로 맞이하여 진솔한 땅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땅의 생기와 온기를 살아내고 살리는 일이다.

     

    저자 :  켄 윌버
    서평자 : 최우혁 서강대학교 교수 
    서평자 추천도서 :     
    최민자, 『통섭의 기술』, 모시는사람들, 2010
    마리야 김부타스, 『여신의 언어』, 한겨레출판, 2016
    이호영,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책밭, 2014
    박광수, 『한국신종교의 사상과 종교문화』, 집문당, 2012
    바트 어만,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갈라파고스, 2015
    박승찬,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1-2』, 가톨릭출판사, 2015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자코모 갈레아치, 『이놈의 경제가 사람잡네』, 갈라파고스, 2016
    이제민, 『주름을 지우지 마라』, 바오로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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