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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가족의 파산

    기사 작성일 2017-12-07 09:15:08 최종 수정일 2017-12-07 09: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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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일본식 복지의 맹점, 노후의 가족파산


    가족은 노후의 생계와 안정감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그런 이유에서 독거노인보다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의 삶이 훨씬 더 나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일본 NHK의 특별기획팀이 취재한 일본 각지의 가족 동거 노인들의 삶은 이러한 통념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이 있는 노인일지라도 간병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가족 모두의 파산을 면하기 어려우며, 아무리 가족관계가 돈독하더라도 가족 때문에 오히려 노후 파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바람은 산산조각 나고, 노인들은 가족과 분리되는 세대 분리와 시설 입소를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에 의하면, 노후 파산에 이르는 경로는 다양하다. 병든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간병 이직을 하는 중장년 자녀가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다가 파산에 이르는 경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자녀가 독립하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나이든 부모가 오히려 계속 일할 수밖에 없고 결국 동거하는 자녀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노후파산에 이르는 경우, 중년의 자녀와 동거가 시작되면서 정부의 생활보장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 등 그 사연과 경로는 다양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자녀 세대의 고용 불안정과 팍팍한 경제 현실에 있다. 일본 노인의 가족 파산은 1장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1990년대 일본경제의 거품 붕괴와 경기침체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団塊世代, 1947~1949년생)가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빈부격차가 작은 사회인 '1억 총 중류' 시대를 살아온 반면, 그들의 자녀 세대는 경기불황과 고용불안 속에 취업난과 실직, 고용 불안정으로 점철되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이제 중년이 된 그들은 노부모를 부양할 여력이 되지 않고 부모의 연금에 의지해 생활하는 처지가 되면서 가족 동거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족 형태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가족 파산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자녀가 독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령인 부모가 생계를 거의 책임지는 가족은 '장래 공멸' 위험을 안고 있다. 2장에서는 이러한 노후파산의 '예비군'이 구조적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며 대물림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미래를 전망한다. 중산층의 붕괴와 양극화, 세계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비정규직화는 이러한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일본 노인의 연금수준이 병원치료와 개호서비스(노인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가족파산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많은 노인들이 집세와 광열비, 보험료 등의 세금을 제외하면 생활비가 빠듯하여 병원비와 약값, 개호서비스 이용을 억제하고 있다. 식비조차 넉넉하지 않아 '하루에 컵라면 하나로 버티는' 일본 노인의 삶은 노인 빈곤율 50%에 육박하는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일본식 복지의 한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현재 위기는 한국의 미래에 함의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은 기업과 가족이 국가를 대신해 오랜 기간 복지를 제공하는 주체가 돼왔고, 국가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한시적으로 개입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게 해주는 잔여적 복지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고용불안으로 기업 복지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가족 또한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현재, 기존의 사회보장시스템으로는 국민들의 노후보장이 어렵게 된 것이다. 더구나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사회에서는 공적복지에 대한 의존을 극도로 꺼린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최대한 가족끼리 해결하려는 태도가 강하고,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비극'은 결국 3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부담을 가중시키고 노인가족이 지역사회와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본은 한때 노부모 간병을 가족에게만 맡겨둠으로써 노인 자살과 살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가족 신화의 그늘 속에서 발생한 이러한 비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도입된 것이 2000년 개호보험제도이다. 그러나 경제력이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이 개호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가족을 통한 간병 이직이 10만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초고령사회 일본이 당면한 이러한 고민을 통해서 이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한국의 노인과 가족, 고령사회 정책의 입안에 대단히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원제 : 老後親子破産

    저자 : NHK 스페셜 제작팀

    역자 : 홍성민

    출판사 : 동녘

    출판일 : 2017. 7.
    쪽수 : 231

    서평자 : 공선희,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원 연구교수(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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