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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민주주의의 정원

    기사 작성일 2017-12-14 10:03:50 최종 수정일 2017-12-14 10: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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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민주주의 정원'은 잘 가꾸어야 화려한 꽃이 핀다

     

    『민주주의의 정원』은 미국의 추락을 안타까워하는 저자들의 마음이 응결된 책이다. 저자인 에릭 리우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기에 대통령 연설문 담당 작가와 국내정책 책임자문관으로 활동했고, 닉 하나우어는 작가이면서 비즈니스 발전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회활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나타나는 조로(早老)현상을 강하게 부정하며, 미국이 여전히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 찬, 전성기를 향해 가는 전도유망한 청년이라고 자부한다. 지난 230여 년간 미국이 시행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다만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미국 역사가 만든 '민주주의의 정원'에 핀 독초와 잡풀을 제거하고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미국 사회의 발전 정체와 쇠퇴 현상의 원인을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오류에서 찾는다. 미국 사회는 소위 '기계형 지성(Machinebrain)'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너무나 경직됐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이 제시한 기계형 지성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칸트의 명제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다. 인간 스스로가 이성적 존재라고 정의하면서 너무나 오랫동안 당위라고 생각하던 것을 답습하는 고정된 시각과 사고방식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새로운 공적 사고의 틀 즉, '정원형 지성(Gardenbrain)'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제안한다.

     

    정원형 지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의 혁명적인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민주주의 정원의 핵심주체의 하나인 정부 역시 감성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를 가진 인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조합된 흐름을 보인다. 따라서 기존의 기계적 지성이 가진 양분법적 사고로는 유효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순에서 복잡으로, 원자론적에서 네트워크적으로,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기계론적에서 행태론적으로, 독립적에서 상호의존적으로, 합리적 계산에서 비합리적 어림잡기로, 이기심에서 강한 호혜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승-패에서 승-승 또는 패-패로의 발상 전환을 통해 의식혁명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원형 지성은 세계와 민주주의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 형태이다. 신뢰와 사회자본이 생멸하면서 경제네트워크가 복잡하게 형성되고, 다양한 형태의 행동 양식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 경제 역시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인간이 만들어 낸 존재이기 때문에 제대로 구축돼 관리될 때 비로소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장미꽃에 물을 줘야 하는 이유와 같다. 정성 들여 가꾸지 않으면 크고 화려한 꽃이 피지 않는다. 규제보다는 돌봄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고, 돌봄이라는 것은 규제가 가지는 고통의 의미가 아니라 필수적이고 유익하다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때문에 민주의의의 정원 역시 자연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돌봐주어야 한다. 저자들의 주장과 활동 시기를 고려하면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의 시장관리방식이었던 신자유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들이 설계한 정원형 지성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의 정원'은 시민의식, 경제, 정부라는 공적 생활로 구성되는 서로 맞물린 유기적인 공역이다. 개인보다 사회나 국가를 우선시하는 것이 더 도덕적이고, 궁극적으로 이타적인 것이 개인에게도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서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정원에서 말하고 싶었던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숨 막히는 집단주의와 시장 원리주의 등 현대 정치학이 제시하는 일차원적인 좌파와 우파 간 선택지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을 달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는 '빅 왓, 스몰 하우(Big What, Small How)', 즉,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정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혁신적이고 치밀하게 집필된 『민주주의의 정원』을 제대로 탐독하는 독자들은 저자들이 행간에 감춰놓은 욕심을 들추어낼 수 있다. 사고의 혁신적인 전환, 방법, 대안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미국이 만든 민주주의의 정원에는 수많은 기화이초(奇花異草)가 피고 진다는 자랑이 핵심이다. 그리고 사익보다 진정한 강대국의 지위를 지키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만 강한 미국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자성도 있다. 미국에서 출간된 당시(2011년)에는 저자들도 현재 미국의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에 담긴 생각과 교훈들이 아직도 유효함은 틀림없다.

     

    원제 : The Gardens of Democracy
    저자 : 에릭 리우(Eric Liu)(교육가, 사회사업가) 
            닉 하나우어(Nick Hanauer)(벤처캐피털리스트, 작가)
    역자 : 김문주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 2017. 6.
    쪽수 : 251
    서평자 :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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