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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4차 산업혁명 한일전, 그 결과는? ③모빌리티

    기사 작성일 2019-03-12 17:04:45 최종 수정일 2019-03-12 1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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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등 스포츠의 한일전은 언제나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의 한일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 한일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한참 밀리고 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1)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혁신역량 6위(전년도 7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8위(전년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6위와 8위,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분야별 기술수준, 정책 등을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 3차 산업혁명과는 범위, 속도, 영향력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이며,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2)3)이라고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도 찾아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분발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에서는 4차 산업혁명 한일전을 분야별로 나누어서 6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모빌리티(Mobility)

     

    4차 산업혁명의 큰 전장은 자율주행차·공유차 서비스시장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차량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차량의 소유가 아닌 일상적인 이용에 초점을 맞춘 공유차서비스, 즉 모빌리티(Mobility)의 확보로 갈 것이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차량의 개념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중이다. 차량 가격, 유류비, 보험료 등 편익에 비해 비용이 과도한 개인 소유 차량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안전성도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이다. 인간에 의존하는 운전은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고, 내연기관 차량의 수명은 길어야 40만㎞ 안팎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동력 장치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고장 가능성이 적고 수명도 두 배(80만km)가량 길다. 전기차 개발, 자율주행차 실험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대변화를 예고한다.4)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일본은 이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는 우버의 최대 주주, 중국 1위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1위 그랩, 인도 1위 올라캡스 등 대륙별 차량공유서비스 1위 업체들의 최대 주주 또는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소프트뱅크는 차량공유시장을 장악하였고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출혈경쟁을 없애고 수익을 올리며 자율주행차·공유차 서비스시장의 선점을 노리고 있다.5)

     

    일본은 자율주행차의 실증실험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2018년 8월 일본 로봇기업 ZMP와 택시기업 히노마루교통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택시 실증실험을 토쿄에서 실행했다. 일본은 차량의 구동에 있어 전기 구동 방식을 대세로 정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더는 생산하지 않고 전 차종에 전기 구동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2018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부터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량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방침을 채택하였다.6)7) 

     

    2018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은 2023년까지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8) 일본 정부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해 유권해석을 통해 길을 터고 있다. 2018년 국토교통성은 "손님이 사례의 의미로 자발적으로 금전을 지급한 것이라면 유상 운송으로 보지 않는다. 운송법에 따른 등록이나 허가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유권 해석하여 차량공유서비스를 일부 허용했다.9) 

     

    2015년 일본의 전기자동차(EV) 신규 등록대수는 8만 511대로 2011년 2만 2262대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전기차(EV)의 보급을 위해서는 충전설비의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 일본의 급속충전설비는 2009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으며, 경제산업성의 '차세대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비촉진사업' 등을 통해 2015년부터 대폭 상승하여 2017년 7204기까지 증가했다. 일본의 전력중앙연구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30㎞ 충전인프라 배치 거리를 전기자동차가 도로 운행 중 충전 전력 부족으로 자동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을 수 있는 임계거리(critical distance)로 제시했다. 2017년 기준 일본 전국의 급속충전설비는 평균 26.5㎞당 한 군데 설치된 상황으로 이론상으로 전기자동차의 방전 발생률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이가 존재하여 전기자동차 이용자의 방전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10)

     

    반면 우리나라의 모빌리티를 살펴보면 1993년 3월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했고, 같은 해 6월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를 출발하여 남산1호터널과 한남대교를 지나 올림픽도로를 타고 여의도 63빌딩까지 17km의 일반 공용도로를 세계 최초로 시험주행하는데 성공했으며, 1995년에는 경부고속국도를 시속 100km로 달리는데 성공했다.11) 한 교수는 "국제 학회에서 성과를 발표한 뒤 독일 벤츠와 폴크스바겐이 기술을 배우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부에는 산업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한 교수는 "글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만 했다. 결국 세계 최초로 시내 주행을 가능케 했던 기술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까지 연결되지 못했다.12)


    스누버는 자율주행차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제자들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가 제작했다. 토르드라이브의 당초 목표는 한국 도로 사정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스누버는 여의도를 비롯해 복잡한 서울 도심을 3년간 6만㎞ 이상 무사고로 주행하면서 기술력도 입증했다. 하지만 높은 규제 장벽이 이들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한국에서 우선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은 미뤄야 했다. 서 교수는 "카풀이나 우버 같은 신규 서비스가 규제와 기득권에 부딪혀 좌절되는 것을 본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했다. 토르드라이브는 결국 2017년 미국으로 거점을 옮기면서야 투자와 상용화에 대한 활로를 찾았다.13)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2019.3)에 따르면, 세계 TOP10 판매 전기차에는 일본차의 경우 3위 닛산 리프(8만 7149대), 9위 도요타 프리우스 PHEV, 10위 미쓰비시 아웃랜더 PHEV가 있으나 한국차는 아직까지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다.14)15)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차의 경우 닛산 리프가 400㎞ 16)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환경부 인증자료(2019.3.6)에 따르면, 1위 코나EV 405.6㎞, 2위 쏘울 부스터 EV 388㎞, 3위 니로EV 385㎞ 순이다. 참고로 테슬라 모델S 100D는 451.2㎞, 모델3 354~500㎞ 17)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EV) 중 1번 충전 최장거리 기록은 파워프라자의 '예쁘자나 R2'로 765㎞이다. 2019년 양산계획이다.18) 참고로, 기네스 세계기록(기네스북) 2019에 따르면, 세계 최장거리 전기차 주행(1번 충전, 태양열 미사용) 기록은 2017년 10월 16~17일 전기차 '피닉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폰타나에 있는 오토클럽 스피드웨이에서 1608.5㎞를 주행한 것이다.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수소차 6만7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의 발표가 있었다.19) 또 정부는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하기 위해 수소차와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환경공단 (2018. 9)에 따르면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7232곳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국에 충전소 3만 2800곳을 두고 있으며 독일(2만 5200곳)과 프랑스(1만 6300곳), 영국(1만 4200곳) 등도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앞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급속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 전기차 충전소 7232곳 가운데 급속충전소는 일본의 절반 수준인 3425곳에 불과하다.20)

     

    전기차 충전소은 전국 3만개의 전봇대를 활용한다면 일시에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시 1개 소당 비용이 4000만원 + 부지 매입비용 별도에서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절감되고 부지 매입비용은 필요 없게 된다. 이는 한국전력(이하 한전) 직원아이디어대회에서 1등한 것인데, 한전은 김해 한전지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의 아이디어를 채택했고, 2016년 5월부터 개발에 들어가 2017년 7월 현재 부산시와 협력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21) 

     

    한전은 전력설비 일체형 EV 충전장치 개발 및 운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 사업은 도로변 노상주차장에 인접한 전봇대 및 지상변압기 등 배전설비에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전봇대 및 지상변압기 900만여 개소 중 3만여 개소가 활용가능하다고 보고 있다.22) 

     

    2017년 9월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 및 탄소무배출 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국가 실천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민병두의원 등 40인)과 2030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의원 등 43인)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지난 2월 말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는 금지되고 있다. 카카오 카풀앱 서비스 등에 대해 택시기사 및 업체의 강력한 저항이 2019년 2월말 현재까지 계속되었고 관련 앱 서비스는 중단되었다.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대타협을 진행하였고, 3월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에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기술수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122 23)수준이다.

     

    [이하 각주]

     

    1) World Economic Forum.
    2) Klaus Schwab (2015).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Foreign Affairs, 2015.12.12. 
    3) 철학사전(임석진 등 21인, 2009)에 따르면, ‘패러다임'이란 용어는 쿤(T.S. Kuhn, 1922~1996)의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패러다임은 (1) 기호의 일반화 (2) 모형 (3) 가치 (4) 형이상학적 원리 (5) 본보기 혹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 등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특정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이다. 패러다임은 과학자 집단에게 탐구해야 할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당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된다.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다. 쿤에 따르면 낡은 패러다임은 과학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 
    4) UPI뉴스 2019.3.3.,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나.
    5) 조선일보 2018.3.31., 지구촌 차량 공유, 손정의 손안에 있소이다.
    6) 아주경제 2018.7.26., 日 2050년 이후 내연기관 차량 생산금지…전기차 보급 확대.
    7) 노르웨이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법안 합의(2016.6), 네덜란드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법안 하원 통과(2016.4), 영국 2040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 발표(2017.7), 프랑스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 발표(2017.7), 인도 2030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발표(2017.6), 이스라엘 2030년 내연기관 차 판매금지 정책 발표(2018.10)(한국에너지공단)
    8) 로봇신문사 2019.2.13., 일본, 2023년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용화.
    9)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가용으로 손님을 유상으로 운송해주는 서비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급격히 바뀐 것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우호적인 여론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MaaS(매스·Mobility as a Service)라는 용어가 유행인데,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이용한다는 뜻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2018년 스타트업 '아지트'가 승차 공유 서비스 '크루'를 출시하고 도쿄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크루'에서는 승객을 태우고 싶은 운전자와 타고 싶은 손님을 매칭시켜준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우버식' 차량 공유 서비스 모델이다. '크루'는 서비스 이용(운전) 요금 대신 손님이 기름값·통행료 등 실비를 운전자에게 임의로 지급하게 했다. 요금을 얼마 내는지는 승객에게 달려있다. 소프트뱅크와 중국 디디추싱의 합작회사인 디디모빌리티재팬은 지난달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8.10.18., 금지했던 일본 정부는 왜 일부 허용으로 돌아섰나…차량 공유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자세)   
    10) 임지영 (2017). 일본 전기자동차 보급・확대를 위한 충전인프라 구축 현황 및 과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 시장 인사이트 제17-39호 2017.11.20.
    11)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신문 2018.10.2.,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12) 중앙일보 2018.8.27.,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세계 첫 자율주행차는 한국"…25년 전 서울 시내 달렸다.
    13) 조선일보 2018.12.4., 자율차 과학자, 한국서 짐싸서 떠난 이유.
    14) 1위 미국 테슬라 모델3, 2위 중국 베이징자동차 EC-시리즈
    15) 디지털타임스 2019.3.3., 전기차 톱10에 한국이 안 보인다.
    16) 블로그 카가이 2018.10.30., 주행거리 400km로 늘어난 닛산 2세대전기차 리프.   (https://blog.naver.com/mobilitysk/221384051671)
    17) https://auto.naver.com/car/lineup.nhn?yearsId=63053 2019.3.9.
    18) 파워프라자.(http://www.powerplaza.com 2019.3.8.)
    19)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2019.1.10.
    20) 조선일보 2018.9.29., [다가온 전기차 시대]③ "급속충전소 부족"…전기차 보급 위한 과제는?.
    21) 머니투데이 2017.7.14., '세계 최초' 한전의 아이디어…전봇대가 전기차충전기로? 지난해 직원 아이디어 경진대회 1위작…현재 시범사업 中 충전인프라 개선 기대감↑. 
    22) 한국전력 (2016). 사업명: 전력설비 일체형 EV 충전장치 개발 및 운영.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행정학(과학기술정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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