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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4차 산업혁명 한일전, 그 결과는? ⑥양자정보통신과 정보보호

    기사 작성일 2019-03-12 17:08:04 최종 수정일 2019-03-12 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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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등 스포츠의 한일전은 언제나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의 한일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 한일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한참 밀리고 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1)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혁신역량 6위(전년도 7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8위(전년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6위와 8위,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분야별 기술수준, 정책 등을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 3차 산업혁명과는 범위, 속도, 영향력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이며,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2)3)이라고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도 찾아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분발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에서는 4차 산업혁명 한일전을 분야별로 나누어서 6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양자정보통신

     

    "양자컴퓨터가 곧 미래이다." 사티아 나델라 (Microsoft, CEO),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도구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Intel, CEO)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CEO들이 양자(Quantum) 기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양자정보통신(Quantum Information Telecommunication)기술은 이동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 정밀의료, 제약 등 다양한 부문에 파급력을 끼치는 기반 기술이다. 정보 처리 속도의 기하급수적 향상, 보안력 향상 등의 속성으로, 양자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완성시킬 수 있는 '화룡점정'의 기술로도 평가 받고 있다. 양자정보통신 기술은 ICT 산업 중 다음 세 가지의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첫째, '양자암호통신'은 국내외 이동통신사들이 개발 중인 분야로, 높은 수준의 정보 보안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양자컴퓨터'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활발히 개발 중인 분야로, 초고속 연산4)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양자소자 및 부품'은 변화 감지력이 뛰어나서 초정밀 계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활용도와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로,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 R&D(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13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연구소를 짓는다고 2017년 발표하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5)

     

    일본은 2010년 일본정보통신연구기구(NICT) 주도로 도쿄에 양자암호시험망을 구축하면서 양자정보통신기술개발을 시작하였다. NICT는 2040년까지 기밀성이 보장된 로드맵에 따라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퍼스트(FIRST)프로그램을 통해 4년간 430억원의 투자계획이 수립되었다. 이화학연구소(Riken), CREST(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의 연구조성사업) 등을 통해 양자정보통신에 연 22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6) 또한, 2022년 양자통신위성 발사를 위해 2018년에 관련 정책을 수립하였다.7)

     

    일본의 2015년 기준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특허 출원 수는 양자암호통신 100개(3위), 양자컴퓨터 78개(3위), 양자센서 18개(4위)이다.8)

     

    우리나라의 양자정보기술 분야는 정부보다는 민간의 활약이 눈에 띤다. 대표주자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세계 최고 양자암호 기업인 IDQ를 인수하였다. 또한 자율주행차 해킹을 방지하는 '양자보안 V2X 게이트웨이'를 지난 2월  MWC9)에서 공개하였으며10), 양자암호 기술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글로벌 양자암호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11)

     

    정부쪽을 살펴보면, 2017년 1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무선 양자암호통신기술 50m 시연을 성공하였다.12)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까지 양자정보통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개발에 총 2040억원을 투입하기 위해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으나 성공가능성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13)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2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데이터 암호화에 쓰이는 양자통신이나 양자 컴퓨팅 등 양자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양자정보통신 진흥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에 착수하였고 하반기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14) 한국의 2015년 기준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특허 출원 수는 양자암호통신 27개(6위), 양자컴퓨터 11개(8위), 양자센서 2개(10위)15)16)이다.

     

    ◆정보보호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정보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아무리 잘 일구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킹 등 외부의 침탈로부터 지키지 못한다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 분야에 있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일본 정부의 사이버 보안 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325.8억 엔에서 2016년 498.3억엔, 2017년 598.9억엔, 2018년 621.1억엔(6050억원)에 이르고 있다.17) 2019년 일본 정부의 ICT R&D 예산 대비 정보보호 R&D 예산 비중은 20%이다.18)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보호분야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 (2017)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아태지역 18개국 중 우리나라는 사이버 안전성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한국 정부의 ICT R&D  예산 대비 정보보호 R&D 예산 비중은 6.5%19)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4차 산업혁명분야에서 정보보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고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인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정보보호에 대해 중점을 두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부문 역시 정보보호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정보보호에 IT예산 5% 이상 투자하는 기업은 1% 불과하였다.20) 2017년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정보보호 예산을 편성한 기업이 전체 48.1%에 불과하였고, 기업 정보보호 전략 수립과 전담 조직 운영 등 보안 내재화를 위한 활동은 2016년 대비 하락하였다. 정보보호에 IT예산 5% 이상 투자하는 기업은 2%에 불과하였다.21)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도 있다. 한국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하 각주]

     

    1) World Economic Forum.
    2) Klaus Schwab (2015).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Foreign Affairs, 2015.12.12. 
    3) 철학사전(임석진 등 21인, 2009)에 따르면, ‘패러다임'이란 용어는 쿤(T.S. Kuhn, 1922~1996)의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패러다임은 (1) 기호의 일반화 (2) 모형 (3) 가치 (4) 형이상학적 원리 (5) 본보기 혹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 등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특정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이다. 패러다임은 과학자 집단에게 탐구해야 할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당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된다.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다. 쿤에 따르면 낡은 패러다임은 과학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 
    4)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현재 은행들이 사용하고 있는 소수(Prime number)에 의한 암호체계는 불과 수초 내에 풀리게 되어 무력화되게 된다. 
    5) 삼정KPMG 경제연구원 (2017). 양자정보통신, ICT의 새로운 미래,  Issue Monitor 제75호.
    6) 권문주 (2018). 미래 핵심 기반기술인 양자정보통신기술 진흥법안 입법 추진현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제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파워 이슈리포트 2018-제12호, 2018.3.19.
    7) 머니S 2018.2.25., 양자암호통신, 중국·일본은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8) 영국 지적재산권관리청, 유럽연합집행위원회.
    9) Mobile World Congress,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됨.
    10) 디지털타임스 2019.2.20., [MWC2019] SKT, MWC서 5G 자율차 보안 `양자암호` 기술 시연.
    11) 인더뉴스 2019.2.26., 박정호 SKT 사장 “5G 시대, SK가 앞장서 초(超) 시대 열 것”.
    12) 중국이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등. 2018년 1월 세계 첫 양자암호통신위성 ‘묵자호’ 발사. 이를 활용해 대륙간 무선 양자암호통신 성공(1,200km). 202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 양자연구소에 13조원 투자 계획(머니S 2018.2.25., 양자암호통신, 중국·일본은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13) 머니S 2018.2.25., 양자암호통신, 중국·일본은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
    14) 동아사이언스 2019.2.21., 양자정보통신 진흥 종합계획 추진.
    15) 영국 지적재산권관리청, 유럽연합집행위원회.
    16) 양자암호통신 1위 중국 367개, 양자컴퓨터 1위 미국 295개, 양자센서 1위 미국 105개(영국 지적재산권관리청, 유럽연합집행위원회)
    17) NewsVision e 2018.1.26., 차세대 사이버 보안 전략 마련 나선 일본...예산도 꾸준히 증액하며 대응 강화.
    18) 파이낸스뉴스 2019.2.26.
    19) 2019년 619억원으로 2015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9년 2월 26일 민간부문 정보보호 R&D 중장기 전략 등 의결. (파이낸스뉴스 2019.2.26.)
    20) 미래창조과학부 (2017). 2016년 정보보호 실태조사.
    21) 과기정통부 (2018). 2017년 정보보호 실태조사.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행정학(과학기술정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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