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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4차 산업혁명 한일전, 그 결과는? ①4차 산업혁명 경쟁력과 전략

    기사 작성일 2019-03-12 17:02:06 최종 수정일 2019-03-12 18: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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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등 스포츠의 한일전은 언제나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의 한일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 한일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한참 밀리고 있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1)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일본은 혁신역량 6위(전년도 7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8위(전년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6위와 8위,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분야별 기술수준, 정책 등을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 3차 산업혁명과는 범위, 속도, 영향력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이며,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2)3)이라고 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도 찾아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분발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에서는 4차 산업혁명 한일전을 분야별로 나누어서 6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해외경쟁력을 보면, 2018년 신산업 12개 분야 중 일본은 로봇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2개 분야에서 1위를 한 반면, 우리나라는 한 분야도 1위를 하지 못하고 있다.4) 

     

    2018년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두 나라의 기술격차는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전기차·자율주행차 122, 스마트선박 111, IoT(사물인터넷)가전 110, 로봇 118, 바이오헬스 110, 항공·드론 113, 프리미엄 소비재 109, 에너지산업 109, 첨단 신소재 114,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112, 차세대 디스플레이 107, 차세대 반도체 113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 분야에서 한국은 기술열위에 놓여 있다.

     

    2018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세계 톱(TOP) 250기업 보유수를 비교하면, 일본은 49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5개에 불과하다.5)

     

    ◆4차 산업혁명 전략

     

    일본은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이를 국가전략에 반영한 첫 국가이다. '소사이어티(Society) 5.0'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국가의 제반 과제(고령화와 재해 등)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자국의 강점인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6)

     

    아베 정부는 2017년 6월 성장전략 로드맵을 제시하며 'Society 5.0'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창하였다. 'Society 5.0'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사회 전반에 활용하여 새로운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고령화, 구인난, 자연재해, 공해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성장 로드맵이다. 기존 전략들과 달리 사회 경제 패러다임 전환(Society 5.0 사회구현)을 목표로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 특기할만한 점이다.7)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일본 기업과 정부의 최근의 움직임은 한 마디로 '과감하다'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일본에게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현재 절대 인구 수의 감소, 초고령화 사회 심화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에 직면해 있다. 중장기 경제 회복도 이와 같은 인구 구조(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인구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8)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

    일본의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은 '확실한 2등전략'으로 분석된다. 4차 산업의 헤게모니를 이미 장악한 미국기업과의 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핵심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함이 일본의 목표일 것이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최상위 기술인 인공지능(AI) 솔루션(미국 인터넷 기업들만 확보한)을 자체 개발하려 하기보다 기존 강점 분야(ex. IT장비/부품/소재, 반도체 등)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부족한 기술 혹은 서플라이체인 내 핵심기업들(소프트뱅크의 ARM홀딩스, 엔비디아, 우버·디디추싱·그렙·올라캡스 등 대륙별 차량공유서비스업체 그리고 보스톤 다이내믹스 투자 등)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투자(M&A) 및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9)

     

    우리나라는 2016년 3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했고, 동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바 있다.10) 그러나 본격적인 진행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추진됐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4대 복합‧혁신과제의 하나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전으로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 과제로서,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산업구조·소득분배·생활방식 등의 변화과정을 포용적 성장을 위한 국가적 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을 필요"와 "과학·기술혁신, 전 산업의 지능화, 제도개혁, 교육·공공·사회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혁신 선도국가로 도약"을 기술하고 있다.

     

    주요내용으로 ①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② 과학·기술혁신으로 초지능·초연결 기반 구축 ③ 역동적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 ④ 신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개선 및 제도 정비 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선제적 사회혁신 ⑥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교육혁신 ⑦ 공무원 민간 참여 확대, 인사제도·공공서비스 개혁 등 공공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 내용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구들에 대한 언급으로 비쳐지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손에 잡히게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예를 든다면,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비전으로 'AI 민주화'를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이 그 자체로서 목적은 아닙니다. AI와 머신러닝은 넘쳐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이 비즈니스와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AWS가 전 세계 데이터 과학자와 개발자,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120여 가지 머신러닝 서비스는 아마존이 지난 20년간 직접 디지털 혁신을 위해 직접 사용한 기술입니다. 아마존의 비전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민주화하는 것입니다."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Swami Sivasubramanian) AWS 인공지능 총 책임자는 2018년 4월 18일~19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클라우드 행사 'AWS 서밋 서울 2018' 2일차 기조연설에서 AWS의 AI와 머신러닝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11)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정책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AI를 전기처럼 사용하여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사회"와 "AI를 전기처럼 사용하여 광속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정부"를 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AI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회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누구나 AI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규모 자금 없이도 AI를 이용해서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개념 정의를 살펴보면,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2017. 9)'에서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여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차세대 산업혁명(공장과 제품의 지능화)"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정의하면서,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우리는 범용기술 12) 에 의해 3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AI, BIG DATA 등 지능정보 기술로 촉발된 새로운 세상,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3)라고 부연설명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의 4차 산업혁명 개념 정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하는 이유를 작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와 같이 개념 정의하게 되면 지능화 및 자동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우려가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일자리정책과 상충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정부의 4차 산업혁명정책은 확실한 추진동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작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공급자 위주의 시각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반영해 시장을 확장하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수요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일본은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및 재해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등, 수요 측면의 접근을 하고 있다.

     

    [이하 각주]

     

    1) World Economic Forum.
    2) Klaus Schwab (2015).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Foreign Affairs, 2015.12.12. 
    3)  철학사전(임석진 등 21인, 2009)에 따르면, ‘패러다임'이란 용어는 쿤(T.S. Kuhn, 1922~1996)의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패러다임은 (1) 기호의 일반화 (2) 모형 (3) 가치 (4) 형이상학적 원리 (5) 본보기 혹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 등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특정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이다. 패러다임은 과학자 집단에게 탐구해야 할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당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된다.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이다. 쿤에 따르면 낡은 패러다임은 과학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 
    4) 박건원 등 (2018).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해외 경쟁력 설문조사 분석, KOTRA.
    5) 상게서.
    6) 최해옥, 최병삼, 김석관 (2017). 일본의 제4차 산업혁명 대응정책과 시사점.
    7) 장우애 (2918). 아베의 성장 로드맵 <Society 5.0>과 시사점, IBK경제연구소.
    8) 정희석 (2017). 과감함이 돋보이는 일본의 4차 산업혁명, 한국투자증권.
    9) 상게서.
    10) KBS 2016.3.17., 과학기술전략회의 신설…4차 산업혁명 시작.
    11) 조선일보, 2018.4.19., 아마존 목표는 AI·머신러닝의 민주화…모두를 위한 기술 만든다.
    12) 범용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 : 산업‧사회 대부분에 범용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술. (예시)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인터넷 등
    13)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4th-ir.go.kr/, 2018.2.8.

     

    천우정 국회의정연수원 교수/행정학(과학기술정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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