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대일로(BRI,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을 추진한 지 10년이 경과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총 9천620억 달러(약 1천240조 원)를 투입했는데 (Nedopil, 2023: 5), 그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지구촌 경제사회 양상과 국제정세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일대일로의 전략도 수정, 변용 또는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의 일대일로 투자동향을 탈세계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 세계적 경제불안 등 주요 국제정세의 맥락 속에서 검토해 보았다.

 

탈세계화의 맥락

 

서방의 세계화 방식에 대한 경각심과 자구책으로 새로운 해외투자의 대안을 추구했던 개발도상국들이 다시금 '일대일로의 덫'에 걸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무국의 상환이 불가하면 자금을 투여한 개발된 자원이나 인프라 시설의 이용권을 가져가는 등의 행태가 나타나면서, 채무국 내부에서의 불만이 고조되는 현상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세계화에 대한 경각심이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저조하게 할 개연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마감 즈음에

 

포스트 팬데믹 국면은 일대일로 전략에 있어서 신재생에너지, 정보 디지털 인프라 보건·의료 등 분야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일대일로의 투자가 투자대상국과 중국 양 측에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사업 타당성과 지속되는 부채의 함정 위협, 부정적인 환경 영향, 국제정세 측면에서 중국의 패권주의적 영향력 확대 우려 등 일대일로의 향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논의의 종합과 시사점

 

특히 최근의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개발도상국의 부채의 함정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지만, 중국의 의지는 일대일로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일대일로 사업 중 인프라 투자, 즉 건설계약 비중은 최소한 당분간 감소될 가능성이 크며, 투자의 재무적 타당성에 대해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국 양측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인프라 사업보다는 신용등급 높은 지역(유럽, 동남아)에 대한 특히 중국 기술 역량이 빠르게 증진되는 디지털 분야 등의 직접투자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일대일로를 대체할 자금원이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방세계의 대안적 이니셔티브 등 개발도상국의 외자 도입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

 

* 문정호는 미국 남가주대에서 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토연구원에서 20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토계획 및 지역발전 정책이다. 대표적 연구실적에는 <포용적 국토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 연구>(국토연구원, 2016, 문정호 외), <참여시대 공공계획의 패러다임에 관한 연구>(국토연구원,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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