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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토지공개념과 부동산경제민주화, 그리고 개헌

    기사 작성일 2017-10-23 16:54:09 최종 수정일 2017-10-24 11: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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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을 위해 주거 안정 무엇보다 중요

    손가락(토지공개념)이 아닌 달(주거 안정)을 바라봐야

    공정한 임대차 형성을 위한 임대차 조항 신설 필요

     

    최근 국회는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설치하는 등 30년 만의 개헌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진정으로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야 할 개헌사항 가운데 단연 으뜸은 주거 및 생업의 안정일 것이다. 국회와 SBS의 개헌 관련 공동여론조사에서도 주거 및 생업의 안정을 위한 수단인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자는 응답이 62%에 이르고 있다.

     

    허강무 교수
    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필자는 주거안정 등을 위한 수단인 '토지 공개념' 개헌 논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불교설화 중에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에 관한 '달과 손가락' 이야기가 있다. 아쉽게도 최근의 토지공개념 관련 개헌논의가 이와 유사하다. 정치권 등이 '손가락'인 토지공개념에만 관심을 두고 소모적 논쟁을 확산하고 있지만, 본질은 '달'인 주거 및 생업안정에 있다. 따라서 개헌논의의 초점도 주거 및 생업안정에 맞춰야 한다.

     

    ◆현행 헌법 근거로도 토지공개념 충분히 관철할 수 있어

     

    토지공개념은 압축경제성장 시대에 낮은 가격으로 손쉽게 토지를 수용함과 동시에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사업비용을 일부 충당해 개발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1978년부터 사용된 정책의제 용어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 등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법제가 마련된 것은 1989년이다. 토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인 바, 토지공개념은 제헌헌법부터 현행헌법까지 일관되게 자리 잡고 있는 헌법가치이다. 헌법 제23조 제2항 및 제122조뿐만 아니라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을 규정한 제23조 제3항 및 농지에 관한 특별한 제한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헌법 제121조도 토지공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또한 토지공개념은 현행 부동산법령 속에 다양하게 규정되고 있으며, 개발제한구역(이른바 그린벨트) 설정이나 농지·임야의 전용 제한, 도시계획에 의한 토지의 용도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 등도 토지공개념을 전제로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규제이다.

     

    현행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따르면 토지이용규제를 수반하는 지역·지구 등은 67개 법률에서 총 292개의 지역·지구 등이 운용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기준 지목별 토지이용 현황에 따르면 토지규제가 가장 강한 산지가 63.8%이고, 경자유전의 원칙이 적용되는 농지는 20.2%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용지, 학교용지, 도로, 철도, 하천 등 공공성이 강한 토지도 9.9%에 이르는 등 국토의 94%가 토지공개념이 적용되는 토지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매년 전국 거의 모든 토지(약 3268만 필지)와 주택(1661만호)의 가격을 결정·공시할 뿐만 아니라 매월 지가변동률을 공표하는 등 개발이익 배제 및 환수에 필요한 제도의 구비를 사실상 완료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만 확고하다면 현행 헌법조항을 근거로도 부동산법령 제·개정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충분히 관철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많은 토지공개념 관련 헌법 및 법률을 근거 삼아 정부는 1·2기 수도권 신도시,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신도시사업 성격을 띤 보금자리주택사업, 산업단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국책사업을 대부분 완료했다. 「택지개발촉진법」등을 통해 공동주택의 대량건설과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로 이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상당부분 이뤄졌고, 이 결과 주택보급률도 100%를 상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주택소유율은 56.0%에 불과하고, 무주택 가구는 전체의 44.0%인 841만여 가구를 차지하고 있어 주거불안정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경제민주화 임대차 조항 신설 불가피

     

    한국의 주택소유율은 1975년부터 2015년까지 40년간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주택공급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주택소유율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는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택구입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2017년 9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중위가격은 2억9458만원이고, 서울의 경우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5029만원에 이르고 있다. 주택에 대한 인식도 소유 개념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뀌는 점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유주택에서 거주하지 않고 임대로 거주하는 가구도 존재한다. 이는 한국의 지역 간 인구이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과 소유하는 주택이 자녀교육이나 출퇴근 여건 등과 맞지 않는 점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공급 만능주의에 입각해 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하면 주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40년간 주택소유율은 55% 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시대를 맞이한 우리 경제·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주택소유 경제능력이나 사회환경도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희박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주택정책은 '1가구 1주택'이라는 슬로건 하의 자가소유율 제고에서 임대주택 공급확대, 공정한 임대차 형성 등 주거안정 강화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개헌 논의는 토지공개념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 즉 주거 및 생업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소유와 거주가 상존하는 주택시장 환경의 변화와 짧은 임대차기간 및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등으로 불안한 영업활동을 하는 자영업자가 600만명에 이르는 경제·사회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 및 영업활동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경제주체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부동산경제민주화' 관련 임대차 조항의 신설이 불가피하다.

     

    대한민국이 '부동산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부동산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이자 핵심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소위 토지공개념 조항으로 불렸던 헌법 제122조를 토지공개념에 국한한 조항에서 '임대차' 조항신설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부동산경제민주화' 조항으로 확대해야 주거 및 생업 불안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하는데 진력해야

     

    그동안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국회가 그 어느 법률보다도 많은 노력을 경주했으나,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우려 논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19대 및 20대 국회 5년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76차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35차례, 오피스텔 관련「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17차례를 입법 발의한 바 있다. 이는 법률이 아닌 '공정한 임대차 형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구체적 개헌 방안으로 헌법에 '국가는 주거 및 영업활동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정한 임대차의 형성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별도 조문이나 제122조 제3항으로 신설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가장 선진적 헌법이라 평가받는 스위스헌법에도 임대차에 관한 사항을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개헌 논의에 시사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전세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저소득층 및 서민들이 겪는 주거환경의 질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 또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보장되지 않아 주거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현실에 비춰볼 때, 부동산경제민주화 개헌은 비록 임대인이 계약체결의 자유를 일부 제한받을 수 있지만 국민들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권리 및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실현하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토지공개념 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된 개발이익환수는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통해 확립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사항을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헌법 제122조 제2항에 '국가는 불로소득 및 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의 이념은 부동산 등 경제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헌법에 도입된 조항이라는 점을 개헌과정에서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 등이 더 이상 미래세대에게 '조물주 위의 건물주 사회'나 영세 상인을 '21세기 판 소작농'으로 전락시키는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진력해야 국민 모두가 명실상부한 '우리 삶을 바꾸는 개헌'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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