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임위ㆍ본회의

    홈으로 > 국회소식 > 상임위ㆍ본회의

    [이슈법안]정치권으로 옮겨붙은 병역법 논란

    기사 작성일 2018-09-07 15:53:23 최종 수정일 2018-09-07 16:01:11

    •  
      url이 복사 되었습니다. Ctrl+V 를 눌러 붙여넣기 할 수 있습니다.
    •  
    지난 8월 26일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서울 투어 현장 모습
    지난달 26일 방탄소년단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서울 투어 현장 모습

     

    1973년 시작된 병역특례, 양승모 레슬링 선수 첫 수혜
    '2002 월드컵' 이후 불거진 형평성 문제는 논란의 씨앗
    "빌보드 1위, 가치창출 커"…병역특례 사례 확대 요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0년, 1978년, 1986년, 2014년에 이어 2018년에도 우승을 거머쥐며 통산 5회 역대 최다 우승을 기록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경쟁하는 무대에 조현우(27·대구), 황의조(26·감바 오사카), 손흥민(26·토트넘)은 와일드카드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회자됐지만 더 큰 관심은 출전 선수들의 병역특례 여부였다. 특히 1000억원이 넘는 몸값(이적료)으로 평가받는 손흥민 선수의 입대 여부는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1973년부터 시작된 예·체능인 병역 특례

     

    병역특례는 1973년 3월, 지금은 폐지된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법안에는 학술·예술, 체능의 특기를 가진 자중 국가이익을 위해 특기 계발·발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충역에 편입하도록 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딴 양승모 선수가 운동선수로서는 최초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법안이 만들어지고도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우승을 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참가 선수들에게 예외적으로 병역특례를 적용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당시 정부는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월드컵 축구대회 16강 이상, WBC 4강 이상 성적을 거둘 경우 선수들을 공익근무요원 추천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는 적용에서 제외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것이다.

     

    2006년 이후에는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에서 병역을 앞둔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마치 병역 면제를 위한 대표팀이 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례로 야구선수 김광현·봉중근 등은 병역면제 혜택이 없는 대회는 불참한 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예술분야 국제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경우 국내대회 1위 입상자, 체육분야는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아경기 1위 입상자를 예술·체육요원으로 근무토록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소속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 선수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2009년에도 한류스타에 병역혜택 논의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혜에 대한 논의는 제18대 국회부터 이뤄졌다. 2009년 4월 강승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체육분야의 대회규모·대회참가·입상 여부 등에 따라 기여도를 측정해 누적된 점수를 바탕으로 현역생활을 지속하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병역특례는 점차 폐지 추세에 있어 병역 형평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종목별로 대회규모·경기방식 등이 상이해 객관적인 기준 점수 마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국방위에 상정됐지만 이렇다 할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제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8월 김한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국가대표 선발들에 대해 훈련기간 만큼 일정 비율을 환산해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복무한 것으로 인정토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고, 이때 당시 대중 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에 대한 언급이 제기됐다. 김재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2012년 9월 24일 국방위에서 "지금 한류 스타들, 실질적으로 병역혜택을 못 받고 있지만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행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일생 병무청장은 "병역의무는 개인의 발전과 국가의 명예를 선양하는 것과 형평성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의 문제인데, 현재까지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했고, 병역특례 국제대회의 확대에 대해서는 "병역자원이 점점 감소되고 있어 국외 경기 등을 확대하기는 그렇다"고 답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6년 예술요원 병역면제 전수조사 결과 자료를 들어보이며 병역특례제도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6년 예술요원 병역면제 전수조사' 결과 자료를 들어보이며 병역특례제도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빌보드 1위 방탄소년단 병역면제?"…논란만 커진 병역법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 체육 선수들의 병역면제와 관련한 세간의 관심은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선 것은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지난 7월 25일 국방위원회에서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자 손흥민 선수는 군 면제시켜 주라는 말이 나오면서 방탄소년단(BTS)도 면제시켜 주라는 얘기도 나왔다"며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뽑아 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병역특례를 주는 대회가 40년 전 기준으로 돼 있어 손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가령 음악분야에서는 고전음악, 바이올린 등 콩쿠르 대회만 제시돼 있는데, 미(美)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국내 그룹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음악가는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 편입인정대회는 국제음악경연대회, 국제무용경연대회, 국내경연대회 등으로 구분돼 있다. 국제음악경연대회에는 핀란드에서 열리는 'Jean Sibelius 국제바이올린콩쿠르'를 비롯해 윤이상 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29개 경연대회, 국제무용경연대회에는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Helsinki International Ballet Competition) 등 12개, 국내경연대회에는 온나라국악경연대회 등 7개 대회가 제시돼 있다. 하 의원은 "빌보드에서 1등을 하면 세계 1등인데, 다른 국제 콩쿠르에서 1등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가치 창출효과는 더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론의 반응은 오히려 차가웠다. 국내외에서 인기 높은 아이돌 가수를 언급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에서부터 BTS 팬들이 군 면제를 요구했다는 억측까지 난무했다. 하 의원은 지난 5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탄소년단 팬들은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요즘 속된 말로 단 1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 방탄 팬들이 군 면제를 요구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 언급을 함으로써 방탄소년단이 정치적 논쟁의 한 중심에 들어온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7일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병무청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병역특례제도 개선TF(위원장 하태경)'을 출범시키고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대안 모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좌측)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김중로(왼쪽) 바른미래당 의원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쏟아지는 입법아이디어…여론 의식보다는 신중한 입법 필요

     

    제20대 국회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토론이나 입법발의 없이, 의원 개별적으로 의견을 내는 수준이다. 예술·체육인의 병역특례를 확대해 국익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인터뷰 등에서 "(병역특례의) 폭을 넓히되 시대에 맞게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 공론화를 통해서 개선돼야 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유사한 의견이다.

     

    반면 군 장성 출신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점진적으로 병역특례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병역특례 적용 국제대회 범위는 확대하되,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에게만 특례를 부여하자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대회, 올림픽 정도의 수준에서 우승을 해야 병역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며 "문화예술계도 세계 최고 수준에서 희소가치가 있을 정도의 소수인원에만 특혜를 준다면 국민 다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 특례문제는 이제부터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 단 2022년부터 병역자원의 감소가 시작되고, 병역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형평성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게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논의가 있는 만큼 국민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병역특례 방향에 대한 논의도 신중히 이뤄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바르고 공정한 국회소식'

    국회뉴스ON 박병탁 기자 ppt@assembly.go.kr

    • CCL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 표시
      라이센스에 의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저작자 표시저작자 표시 : 적절한 출처와 해당 라이센스 링크를 표시하고 변경이 있을 경우 공지해야 합니다.
    • 비영리비영리 : 이 저작물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저작권 표시 조건변경금지 : 이 저작물을 리믹스, 변형하거나 2차 저작물을 작성하였을 경우 공유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