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적인 노력과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생 상태를 십수 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저출생의 기조는 선진사회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저출생 현상이 한 번 진전되면 되돌리기 힘든 '불가역적(不可逆)' 속성 때문이다. 향후 출생률이 다소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저출생의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초저출생에 대응한 3가지 정책적 옵션

 

초저출생에 대한 대응은 3가지 정책적 옵션이 존재한다. 첫 번째 옵션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시한 전략과 핵심과제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 위원회가 제시한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옵션은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인력을 받아드리는 것이다. 해외 인력의 유입을 통해 저출산·고령화의 속도를 완화시키고, 생산연령인구의 부족분을 메꾸는 방안이다. 다만, 해외 인력의 대량 유입은 단기적 편익보다 사회갈등 등 장기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의 해외 인력을 받아들이는 데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 번째 옵션은 인구의 '양(量)'을 늘리는 데서 인구의 '질(質)'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인구의 질을 높여 1인당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한 명의 인구가 두 명, 세 명의 아웃풋(output)을 낼 수 있도록 개별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다.

 

인구의 질은 결국 교육의 질

 

인구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개혁을 통한 '교육의 질', 특히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먼저, 초중고 교육에 대한 철학부터 시작해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2022년 24만 9천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앞으로는 아이 한명 한명이 그야말로 소중한 시대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각자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고 개발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연착륙 시킬 수 있을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즉, 고등교육의 질과 대학교육의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대학 소멸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국공립대 지원을 통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활용이다. 최근 ChatGPT 활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술을 매개로 1인당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술진보는 지금까지 인간들이 해왔던 일들을 급속히 대체해 나가고 있으며, 스마트한 기계와의 효율적인 협업 여부가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옵션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조율하면서 3개의 바퀴로 함께 굴러가야 한다.

 

*서용석은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T경제경영연구소, 한국행정연구원을 거쳐 현재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인구전쟁 204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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