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들어서 중동의 정세는 화해 무드로 신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복원한데 이어, 러시아의 중재로 사우디와 시리아 간에도 외교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재로 성사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교 회복의 전략적 함의와 이해관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은 걸프 지역과 장기적으로 중동 전체 지역의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중국의 중재 덕분에 현실화 되었던 양측의 화해 결정은 비록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사우디(예멘 내전 안정화, 국가안보 확립, 투자환경 개선)·이란(대외관계 정상화, 정치적 안정, 사회적 불만 해소)·중국(에너지 수급 다변화, 글로벌 안보구상 실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다.

 

일대일로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중국의 대중동 전략과 평화국가 이미지 창출

 

시진핑 주석이 중동에 접근하게 된 계기는 '일대일로'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후, 왕이 당시 외교부 장관은 빠른 속도로 중동 산유국을 돌면서 '석유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비달러 경제권' 만들기에 매진했다. 게다가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 방안 발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 성공을 통해 평화 중재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순방과 중러 공동성명의 강조점

 

중러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자 간 전략적 및 경제적 협력관계의 강화 방안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시진핑과 푸틴은 '다극 세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하면서 국제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중동 이슈와 관련해서 중러 정상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며, 역내 국가들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 강조, 외부세력의 내정 간섭 반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의 정상화 지지 등에서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이란의 정회원 지위 확보 이후 사우디의 신규 회원 가입 추진은 상하이협력기구의 중동 회원국 확대와 더불어, 사우디와 중국 및 러시아 관계의 새로운 진화를 시사해 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진출에 협력하고 민감한 사안에서는 양보 또는 양해하는 형태로 중국과 연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대다수가 권위주의와 언론 통제, 취약한 법 지배를 특징으로 하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반서구 담론을 확대하기에 좋은 여건을 제공해 준다. 따라서 한국은 변모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합당한 대응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중동 질서 재편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박정호는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CIS 정치경제 및 유라시아 국제관계다.
* 현승수는 일본 도쿄대에서 학술 석·박사 학위(러시아·유라시아 지역연구 전공)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러시아 및 유라시아 국제정치, 러시아 안보 정책, 북·러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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